<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제14화 첫째 날(7월 2일) 재구성 편

 

 

 

 

검찰은 백희정 씨가 사건 발생 3개월 전부터 살해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 백희정 씨가 부모를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는 얘기다. 대체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엄마는 막내딸이 집안일도 돕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닌다며 야단을 쳤다고 한다. 백희정 씨가 엄마에게 말대꾸하자 아빠는 '엄마에게 대든다'며 백희정 씨 뺨을 한 대 때렸다.

 


백희정 씨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에게 소리쳤다.

 

"잘해준 것도 없는데 왜 때려!"

그리고 백희정 씨는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와 부모를 죽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엄마만 살해하기로 했다. 백희정 씨는 아빠는 간섭하지 않아 죽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엄마는 술을 마실 때마다 '막내딸이 남자를 만난다'며 모욕을 주곤 했다.

 



2009년 4월, 어느 날 밤 백희정 씨는 살해 도구로 병이나 칼을 떠올렸다.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도 마련해야 했다. 백희정 씨는 다음날 순천에 있는 한 문구점에서 면장갑을 샀다. 당시 구매한 면장갑은 부엌 찬장 위쪽 칸에 숨겼다.

백희정 씨가 아버지에게 범행 공모를 제안한 것은 다음 달인 5월이었다. 백 씨는 아버지가 있는 안방에 들어가 이렇게 물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지 않으냐?"

엄마를 죽일 생각이 없는지 떠본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6월 중순이 되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날씨가 무더웠던 평일 오후 2시쯤 백희정 씨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엄마를 죽이자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반대로 백희정 씨가 소극적이었다. 백희정이 제안은 받았으나 거절했고 아버지는 이후에도 뜻을 물으며 재촉했다. 당시 백희정 씨는 어쩔 수 없이 '마지 못 해' 동의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 대목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를 죽일 거면 혼자서 하지, 왜 딸을 끌어들여? 뭐가 좋은 일이라고?"

정작 당시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막내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어디서 구할 수 없느냐?"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청산가리가 있다는 말을 이때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행동 개시' 날짜가 7월 2일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공소장에 나온 범행 첫날, 7월 2일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백경환 씨는 곡성에 있는 산림청 하청 작업장으로, 최명자 씨는 자전거를 타고 희망근로 사업장으로 떠났다. 백희정 씨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모는 집에 없었다.

검찰은 백경환 씨가 일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집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 최명자 씨를 데리고 순천 아랫시장에 있는 장원 식당에 갔다. 차를 타면 집에서 40분 정도 거리다. 백경환 씨는 살해 전 '아내가 좋아하는 국밥을 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이 '최후의 만찬'을 위해 순천 아랫시장을 찾은 셈이다. 아랫시장에 장이 열리는 날은 끝자리가 2일과 7일이다. 당시 백경환 씨 부부는 장원 식당에서 국밥을 먹고 막걸리 3병을 샀다. 백경환 씨는 구입한 막걸리 3병 중 2병을 냉장고에 보관했고 한 병은 부부가 함께 마셨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검찰 주장이다.

 

이제부터 의문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국밥을 먹고 국밥 가게에서 막걸리 3병을 구매하는 게 흔한 일일까? 국밥 가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손님이 수육 같은 음식을 포장할 때 막걸리를 같이 사 가는 경우는 흔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국밥을 먹고 나서 막걸리만 3병을 사는 일은 드물다'라고 했다.

그보다 앞서 이들 부부가 트럭을 타고 집에서 40여 분 걸리는 순천으로 가기는 했을까? 이들 부부가 순천으로 간 것을 증명하는 CCTV 자료는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친척들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만약 아내에게 국밥을 사준다면 더 맛있고 거리가 가까운 '괴목 국밥집'이 있었다. 괴목 국밥집은 전국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게다가 순천 아랫시장에서 국밥을 사준다면 장원식당 옆에 있는 금봉 식당(가명)이 더 유명하다.

백경환 씨는 왜 굳이 국밥을 먹으러 먼 순천 아랫장까지 간 것일까? 백경환 씨는 '동네 슈퍼에서 막걸리를 사면 들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이용한 장원 식당 또한 내부에 CCTV를 설치한 곳이다. 백경환 씨가 검찰에서 자백했을 때는 범행으로부터 50일 이상 지났기 때문에 식당 내 CCTV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다.

당시 백경환 씨는 검찰 자백에서 '아내와 막걸리 3병을 사고 아랫시장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 왔다'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반찬가게에 대한 탐문수사는 건너뛰었다.

 



이번에는 당시 통화기록을 통해 부부 행적을 살펴보자. 이날 최명자씨와 순천 둘째 딸 사이에 통화한 기록이 있다. 둘째 딸이 오후 6시 4분경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대화는 14초 정도였다. 그날 밤 엄마는 둘째 딸에게 오후 8시 30분경에 전화한다. 총 통화시간은 53초였다.

막내딸에게 전화했더니 다른 남자가 받았다?

 


당시 어떠한 이야기를 했을까? 먼저 순천 둘째 딸이 엄마에게 전화한 이유를 살펴보자. 순천 둘째 딸은 엄마에게 전화해서 동생 희정을 찾았다. 엄마는 집에 없다고 답했다. 14초 동안 이뤄진 대화다.

그 후 언니는 백희정 씨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동생 휴대전화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라고 했다. 언니는 동생 휴대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누군지 묻고 "왜 동생 휴대전화를 갖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상대는 "백희정 동네 후배"라고 했다. 언니는 상대에게 위치를 물었다. 동네 후배라는 남자는 "순천의료원 근방"이라고 답했다. 언니는 "휴대전화를 찾으러 가겠다"며 차를 몰아서 순천 의료원 로터리(교차로)로 갔다.

 


도착하니 그 '동네 후배'는 없었다. 다시 희정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은 남자는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순천에서 마을로 가는 33번 버스 종착지는 구례구역이다.

그날 밤, 최명자씨는최명자 씨는 둘째 딸에게 저녁 8시 30분 55초경 전화했다. 당시 통화시간은 53초다. 엄마는 과연 둘째 딸에게 순천에 다녀왔다는 말을 했을까? 이때 최명자 씨는 "희정이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구례구역으로 갔는데 '그 후배가 없다'는 말을 했다"라고 한다.

 



통화 내용상 당시 오후 6시 4분에서 오후 8시 30분 사이 부부 행적에 단서가 될 만한 통화기록은 없다. 물론 부부가 순천 시내를 다녀왔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둘째 딸은 이 가능성을 부정했다. 순천에 사는 둘째 딸은 맞벌이 부부이며 어린 두 아들이 있다.


그들은 맞벌이 부부라 당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며칠 전부터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애를 맡기려 했지만, 부모님 역시 일 때문에 지쳐서 순천까지 가서 외손자를 데려올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7월 2일, 부모님은 순천에 왔다가 둘째 딸에게 연락도 없이 돌아갔다. 이튿날, 금요일에도 부부 모두 일을 나가야 하니 외손자를 봐줄 수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을 수도 있다.

검찰은 부부가 구입한 막걸리 3병 중 2병을 그대로 부엌 냉장고 안에 보관했고 한 병은 거실에서 꺼내 함께 마셨다고 한다. 즉, 부부가 막걸리를 마시는 와중에 어머니 최명자 씨는 막내딸 휴대전화를 찾으러 자전거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구례구역까지는 자전거로 5분 거리다. 그리고 어머니 최명자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백희정 씨가 엄마에게 8시 49분 24초경 전화한다. 당시 통화가 연결된 기지국은 순천시 조곡동이었다. 백희정이 순천시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전화한 것이다. 그 후 오후 9시 42분 29초에도 다시 전화하는데, 기지국은 순천시 황전면 수평리였다. 백희정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전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날 밤 백희정은 10시 46분경 게임에 접속한다.

(제15화 - '둘째 날(7월 3일) 재구성' 편으로 이어집니다)

 


 

서형작가 다른 연재물 ☞ 김헌기의 수사인생매뉴얼

 

김헌기의 수사인생매뉴얼 제1화. 만국의 운전자여 단결하라!

김헌기의 수사인생매뉴얼 목차. 제1화 만국의 운전자여 단결하라. 제2화 분노는 나의 것 제3화 미스터 계장들 제4화 윤재옥 의원이 키아누리브스였어! 제5화 송무빈을 위한 자리는 없다. 제6화 험

sweet-scent.tistory.com

서형작가 다른 연재물 ☞ 구겨진 제복

 

구겨진 제복 제1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만나다.

제1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만나다 조현오 전 청장(이하 호칭 생략)은 차명계좌 발언으로 많은 사람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그리고 그 대가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 2014년

sweet-scent.tistory.com

서형작가 다른 연재물 ☞ 풍운아 황운하

 

풍운아 황운하 제1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풍운아 황운하>는 제가 2018년에 쓴 연재물입니다. 법을 아주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법 위에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입니다. 배우 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OCN 방영 드라마 <나쁜 녀석들-�

sweet-scent.tistory.com

 

Posted by 상서로운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