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나흘간의 기억> 제5화 부녀에 대한 주변 평가.

 

 


주변 사람들은 왜 부녀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것일까? 그것은 부녀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일단 아버지부터 살펴보자.

 



백경환(가명)씨는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집에서 둘째 아들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태어나고 나서 3~4년 지나 출생신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사건 발생 15년 전부터 부녀가 성관계했다면 당시 백 씨의 실제 나이는 45세가 아니라 50세 전후였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해당 연령대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라서 '육체적 관계를 갖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전직 형사과장은 설령 부녀가 진짜 범인이었다고 해도, 그들이 대응만 잘했으면 이 사건의 용의 선상에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서 딸이 자백했어도 아버지가 부인했다면 상황은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자백이 엇갈린다면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버지 백경환 씨는 왜 혐의를 부인하지 못했던 것일까?

변호인 생각은 이랬다. 백경환 씨 집안에 정신병을 앓았던 가족력이 있어서 그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백경환 씨 부모님은 정신이상인 큰아들을 치료하고자 재산을 모두 쏟아부었다. 정신질환 증세는 그다음 세대에도 나타났다.

백경환 씨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백경환 씨는 35세에 마을 주민 소개로 아내 최 씨를 만나 결혼했다. 1980년대 백 씨는 동생이 운영하는 블로크 공장에서 일했다. 화물차에 블로크를 싣고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제수씨 기억에 아주버님인 백씨는 착하고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다. 백 씨는 트럭 운전 중에 경찰이 보이면 먼저 당황했다. 당시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이나 과적 차량만 잡는 것은 아니었다. 용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괜히 차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백 씨는 차를 세우라는 경찰 신호를 볼 때부터 면허증을 제시할 때까지 벌벌 떨었다고 한다. 백경환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옛날 젊었을 적에... 승용차 세차 일을 했는데 그때 다른 사람 차가 사고 나는 것을 보고 그 이후로 저는 절대로 (차를) 빌려주지도 않고 남의 차에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친척들은 백경환씨가 이런 성격으로 무슨 살인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1984년 백경환씨는 막내딸을 얻고 1남 3녀의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이웃 마을로 이사했다. 이들 부부는 집을 짓고 나락 농사를 지으며 새로 온 마을에 자리 잡았다.

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늘 베풀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막내를 제외한 딸들은 결혼해서 출가했다. 아들은 서울에서 일했다.

한때 장모와 함께 살기도... 부녀 성관계? 친척은 "어림도 없다"


1990년대 후반 백경환씨는 오이 하우스를 시작했다. 당시 부부의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세 걸음을 걸어도 함께였다"라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부부는 마치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다. 마을 사람들이 '부녀 성관계'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성폭행은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향 집에서 오직 세 식구만 살았던 게 아니었다고 한다.

하우스 일손 부족으로 2003년경에는 장모가 와서 살기도 했다. 그때는 장모는 딸과 함께 잤고 남편 백경환 씨는 하우스에서 주로 잤다고 한다. 2008년경에는 둘째 딸이 출산을 위해 와서 한 해 머물기도 했다고 한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언니와 할머니가 함께 살면서도 부녀 사이에 벌어지는 '지속적인 성폭행'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강압적인 '부녀 성관계'가 있었다면, 막내딸은 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일까?

 



이제 딸 백희정씨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백희정 씨는 1984년에 태어났다. 친척들에 따르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키는

106㎝, 몸무게는 15㎏이었다. 부녀 성관계가 시작됐을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상태는 어땠을까?

이 당시 키는 116㎝로 자랐고 몸무게는 18㎏이었다. 당시 막내딸 발육상태를 기억하는 한 친척은 부녀 성관계는 "어림도 없다"라고 말한다.

백희정 씨는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생활기록부에는 '동화책에 많은 관심을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백희정 씨는 초등학생과 어울렸다.

 


백희정 씨는 고등학교를 2003년 2월에 졸업했다. 이후 한 친척이 청소, 설거지 등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겠다며 백희정 씨를 식당으로 불렀다. 친척은 장난치고 다독거리면서 일을 가르쳤다. 친척이 보기에 백희정 씨는 식탁을 말끔하게 닦지 못했다. 설거지도 어설펐다. 식당을 찾은 손님이 나이라도 물으면 눈물부터 글썽였다.

백희정 씨는 어머니에게 야단맞을 때도 자주 울었다. 아기가 울 때처럼 양손으로 눈가를 비비며 잉잉거렸다고 한다. 그럴 때면 아버지 백경환 씨는 아이를 울린다고 아내를 나무랐다. 친척은 울지 말고 대답 크게 하라며 백희정 씨를 다독였다.

친척은 백희정씨에게 통장을 만들어 2~3만 원씩 주면서 입금하도록 했다. 당시 친척은 백희정 씨에게 자주 "한 푼 두 푼 저축해서 그게 제법 모이면 송아지를 사고, 그게 커서 다시 새끼를 낳는다"며 재산이 불어나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게 저축을 유도했지만 백희정 씨는 돈이 제법 모일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집에서도 행방을 알지 못했다. 며칠 지나서 돈을 모두 써버리고 다시 나타난 백희정 씨. 친척이 그녀에게 어디 갔었냐고 물으면 백희정 씨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처럼 백희정씨에게는 '계획성'이 부족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친척은 그녀가 계획범행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여긴다.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백희정 씨가 '허위진술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법정에서 범행과 관련이 없는 부분도 허위증언을 곧잘 했다. 그중 하나가 가령 백희정 씨가 동네 슈퍼에 가서 막걸리 심부름을 했다는 것이다.

 

이 법정진술은 백희정씨가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가족들 주장에 배치된다. 그런데 정작 슈퍼 주인은 "희정이는 우리 가게에는 오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집(해당 슈퍼마켓)에는 과자가 없잖아!"

백희정 씨가 애용했던 슈퍼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구례구역 앞 슈퍼였다. 기차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위해 해당 슈퍼에는 과자와 음료들이 제법 있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같이 일하면 답답하다'는 반응

 


당시 친척은 이런 백희정 씨에게 최선의 미래는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곳으로 시집보내는 거라 여겼다. 백희정 씨에게 선을 주선하는 자리가 들어오기도 했다. 맞선 상대인 남자에게는 한 가지씩 결함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백희정 씨를 오랫동안 관찰했던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백희정 씨를 가까이서 관찰한 사람은 김밥집 여사장 김미순(가명)씨다. 백희정 씨가 김미순을 만나게 된 때는 2007년이다. 백희정 씨는 순천 시내 김밥 가게에 우연히 들렀다가 일자리 제의를 받는다. 당시 여사장 집에서 잠자리도 제공한다고 했다. 사장인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 모습이 청순해 보였다고 했다.

이 가게는 인근 유동인구가 많아 일손이 늘 부족했다. 하지만 백희정 씨 능력은 곧 드러난다. 사장은 희정 씨에게 야간 포장과 배달을 맡겼다. 백희정 씨도 새 일자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주문이 밀려와도 백희정 씨는 천하태평이었다. 게다가 꾸준하던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백희정 씨였다. 주문·결제·배달·수금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아주머니들은 백희정 씨가 금고에 손을 댄다고 당시 사장에게 말했다.

백희정 씨는 여사장 김미순 씨 집에서 머물렀다. 당시 백희정 씨 대화 주제는 크게 조카 얘기 아니면 엄마 얘기였다. 하우스 안 도와준다고 야단쳐서 엄마가 밉고, 농약을 칠 때 줄을 잡아당기거나 오이 박스 포장하는 일도 하기 싫다고 했다. 엄마가 술 마시는 것도 싫다고 했다.

백희정 씨 부모님은 종종 김미순 씨 집을 방문했다. 부모님은 항상 함께 와서 오이나 나물을 건넸다. 어머니는 "애기(백희정 씨)가 많이 모자란데 잘 부탁한다"며 고마워했다.

당시 여사장 김미순씨는 백희정 씨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기억이 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만 따로 백희정 씨를 만나러 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곁에서 약 2년간 지켜본 여사장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녀 또한 백희정 씨가 이런 계획범죄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김미순 씨도 백희정 씨에게 나이가 제법 많은 친척과 중매를 주선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희정 씨가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나물을 사 오라면 싱싱한 것으로 골라올 줄도 몰랐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산다면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비싼 편의점 가서 사는 등,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가 돈을 가지고 어떻게 써야 할지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다고 했다.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 품성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 씨는 "백희정 씨는 화가 나면 토라져서 아무 말도 안 한다"라고 했다. 그 정도지, 사람을 죽일 만큼 '악질'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이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김미순 씨가 관찰한 내용을 살펴보자. 당시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를 알고 지낸 이래로 지금까지 그렇게 들뜬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백희정 씨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2009년 초, 26세가 된 백희정씨는 틈만 나면 김미순 씨를 가게 건물 뒤편으로 데리고 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물론 아버지 이야기는 아니었다. 백희정 씨는 담배를 피우면서 "오빠 만나고 왔어, 오빠가 용돈 줬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돈이 어디서 나느냐고 물으면 백희정씨는 오른쪽 새끼손가락만 펴고는 "이게(애인이) 줬지"라고 말했다. 백희정 씨는 채팅으로 만난 오빠가 용돈을 통장에 넣어준다고 했다.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의 통장을 대충 살펴본 적이 있다고 했다. 1만 원, 2만 원 등 금액이 잔잔했다. 그중에 40만 원으로 제법 큰 입금액도 있었다. 그 40만 원은 시청에서 주는 월급이었다.

2009년 봄부터 백희정씨는 마을도서관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일을 했다. 도서관을 청소하고 대출 일지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 아르바이트는 백희정 씨 어머니가 동네 이장에게 부탁해서 얻은 일자리였다. 백희정 씨는 주로 도서관 컴퓨터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편 죽은 최씨(엄마) 여동생도 아주 오래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언니가 스쳐 지나가듯이 이혼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남편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발생 직전에 언니가 여동생에게 하소연한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 최 씨는 같은 이야기를 동네 할머니에게도 했다. 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다.

"막내딸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다. 동네 누구 하고..."
"이모. 사건 난 날 OO아빠 우리 집에 온 거 알아요? 이모, 그 사람이 의심스러워..."

이처럼 주변 사람들은 사건 전 '부녀'사이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부녀가 보인 행동은 검찰이 보기에도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 입장은 어떨까?

(제6화 - '유력한 용의자, 남편'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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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상서로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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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나흘간의 기억> 제4화, 살인 동기

 

 

 

살인사건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 검찰 공소장은 15년 전부터 지속된 부녀 성관계를 살인 동기로 삼고 있다.

'피고인 백경환(아버지, 가명)은 피고인 백희정(막내딸, 가명)이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닐 무렵부터 성추행을 하여 오다가 성관계까지 가지게 되었고, (중략) 계속하여 피고인 백희정과 성관계를 가져오면서, 이를 눈치챈 피해자 최 OO과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 오고 있었다.'

 

죽은 최씨(어머니)가 10년 전부터 이를 눈치챈 후, 백경환 씨와 갈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녀 자백을 제외하고는 증거가 없다.

당시 검찰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은 죽은 최 씨가 부녀 성관계를 알고 10년간, 어떻게 한집에 사는 게 가능했는지 궁금해했다. 또 만약 백희정 씨가 15년간 성폭행을 당해왔다면 살해 대상을 아버지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가족이나 친척은 부녀 성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버지 백경환 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7월 6일) 후에도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엄마 돌아가시고 아버지 옆에서 잔 건 '나'다."
"방이 붙어있어 박수 한 대 쳐도 소리가 다 들린다."

또한 당시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도 '부녀 성관계'에 의문을 표했다. '문장 완성 검사'에서 딸 백희정씨가 작성한 문장을 보면 성폭행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성폭행했다면 아버지는 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부녀 사이는 그런 분위기의 정도가 약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문장 완성 검사>
1.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2. 대개 아버지들이란?
- 무섭다.
3. 내가 바라기에 아버지는?
- 잘 대해줬으면 한다.

 


"성적인 행동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면 애착적 증상들이 나타나야 해요. 집착적 증상들이.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거예요."(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전문가 의견)

부녀가 '성관계'를 자백했는데도 이렇듯 주변인과 전문가는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떨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부녀 성관계'를 인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부녀 모두 검찰에게 성관계를 자백했고, 무엇보다 막내딸이 아버지의 신체적 특징 중 하나인 포경 여부를 알고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부녀 성관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부녀 자백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죽은 최 씨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설령 알았다고 해도 그게 지속적 갈등 단계로

발전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건 전날 상황을 보자.

'살인할 이유가 없다'는 1심 재판부, 증거는 자백뿐


당시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 농약을 치고,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오후에는 땔감을 함께 주우러 나갔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외식을 했다. 식사 분위기에서도 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었다는 진술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 대다수도 부부 금슬이 좋았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1심 재판부는 '갈등이 표면화 된 게 없는데, 살인할 이유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부녀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부녀의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살인 범행에 사용한 청산염의 형태나 크기, 색깔에 대한 진술이 일치하거나 유사하고 실제로 청산가리를 보거나 취급해보지 않고서는 표현해내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인 점,... (범행) 역할 분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냉정하게 따져보자. 자백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것도 공범이 동시에 자백했다. 검찰이 고문이나 협박을 한 것도 아니었다.

 



형사들도 경찰과 검찰 조사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대한민국 범인들 대다수가 경찰에서 부인은 하더라도 검찰청에 들어가게 되면 자백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검사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 보자.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기소권, 형 집행권 등이 있다. 피의자들에게는 '기소재량권'이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도 막내딸은 "검사가 솔직히 말하면 '형량을 줄여준다'는 말을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1월 18일 방송분<그것이 알고 싶다>'무죄인가, 무기징역인가'편 캡쳐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자백할까? 형사들은 사람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사들은 계획범죄나 악질들인 경우 경찰에서 자백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이들 부녀는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모두 통과했다.

필자가 만난 경찰 대부분은 거짓말탐지기를 신뢰한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탐지기도 한계는 있다. 진실과 거짓 중간에 '판단 불능' 구역이 있다는 것이다. 진실 또는 거짓이 얼마든지 판단 불능으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진실로 가려진 자백이 거짓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녀는 왜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살해했나


이 사건의 살해 동기인 '부녀 성관계'도 의문이다. 부녀 성관계는 검찰 공소사실의 근간이다.

즉, 부녀 성관계를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는 '부녀 자백'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백희정 씨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지속해서 당해왔다면, 왜 백희정 씨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살해 대상으로 삼았을까? 이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인 백희정(막내딸)의 입장에서 피고인 백경환(아버지)은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인 만남으로 맺어진 이성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중략) 증오와 함께 (중략) 싹트는 이성적 사랑이 혼재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녀의 감정에는 '성범죄 피해자로서 느끼는 증오와 함께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면서 싹트는 이성적 사랑이 혼재'됐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게 가능할까?



성폭행 사건은 형사합의부 주요 사건이다. 형사 합의부 경험이 풍부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그는 이런 관계가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성폭행만 당했다고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딸 입장에서 아버지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밀접한 관계일 때 이런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의지 항목에는 '경제적 원조'도 포함이 된다. 그렇다면 백희정 씨는 아버지로부터 어느 정도의 경제적 원조를 받았을까?

경찰은 아버지에게 '막내딸에게 용돈을 주는지' 물었다. 막내딸이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벌면서부터는 달라고 하면 '1~2천 원' 정도는 준다고 했다. 그전에는 한 달에 주는 용돈이 평균적으로 5만 원이 안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백희정씨가 아버지를 살해하지 못하는 까닭을 군대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혐오의 대상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아버지라는 넘지 못할 벽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신에 대한 자살로 연결시키는 것이 보통입니다. (중략) 실제로 군대에서 구타를 당한 사병은 상대방인 선임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보다는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형사 합의부 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이런 논리에 동감했다. 단, 아버지가 집안에서 아주 강한 존재이고, 상하 계층 관계가 굳어진 경우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경우 상대를 '살해'하기보다는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척, 마을 사람들은 이런 검찰의 논리에 어떤 입장을 보일까? 모두 '불인정'이었다. 여러 진술을 종합한 이 집안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자.

 


위 관계도가 보여주듯이 백희정 씨가 가장 싫어했던 대상은 두 언니였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친정에 올 때마다 늘 동생에게 잔소리했기 때문이다. "방 치워라", "머리 감아라" 등의 훈계였다.

백희정 씨는 부지런하지 못했다. 집안일을 시켜도 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엄마도 언니들과 비슷한 잔소리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백희정 씨가 보이는 반발 정도는 약했다고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막내딸이 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백희정씨 자술서에는 '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런데 자술서를 보면 백희정 씨에게 높은 절망의 벽은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인 듯하다. 백희정 씨는 엄마가 "다른 애들은 엄마를 도와주는데 너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라며 핀잔을 줄 때 '미쳐버릴 것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백희정 씨는 그런 엄마를 향해서 "내가 죽으면 되잖아"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언니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백희정 씨가 훈계에 되받아칠 때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엄마는 "쓰잘머리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그런 말 하면 혼난다"며 아주 강하게 나갔다.

이제 우리는 가족이 아닌 주변인들의 시선을 통해서 이 집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로 하자. 부녀가 오랫동안 성관계를 했다는데, 그 낌새를 알아챈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제5화 - '주변인 관찰'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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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기억 제3화, 소통 없는 공모

 


변호인은 부녀의 범행 공모과정에도 의문을 표했다. 대체 어떤 점에서 그럴까?

 




아버지 백경환(가명)씨는 창고 선반에서 청산가리 봉지를 꺼내 막걸리 봉지 옆에 가져다 놓고, 딸 백희정(가명)씨에게 "창고에 막걸리를 가져다 놓았다"라고 했다. 백경환 씨는 이 말이 "월요일(7월 6일) 새벽에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서) 화단 앞에 갖다 놓으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아버지 말에 백희정 씨는 창고에 와서 그냥 막걸리와 봉지를 바라만 봤다고 진술했다. "이게 청산가리인지 어떻게 알았어?"란 수사관 질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라고 답했다.

 

백희정 씨는 옥상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나서, 사용했던 면장갑과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침 아버지가 종량제 봉투를 인근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았고, 쓰레기 수거 차량이 싣고 가버렸다고 했다.

변호인은 부녀의 공모 방법을 가리켜 '이심전심'이라고 표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소통도 없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읽은 듯이 증거물을 은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변호인은 다음 대목에서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희정 씨는 7월 4일 저녁에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나서, 채소 냉장고 칸에 보관했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2009년 7월 4일 순천은 29.8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백희정 씨가 창고에서 막걸리를 확인한 것은 7월 3일 저녁이었다.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막걸리를 이튿날 저녁까지 밀폐된 창고에 방치했다. 무더운 여름에 24시간 가까이 막걸리를 실온 보관했다는 얘기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이미 막걸리가 상하지는 않았을까?

 



개가 짖지 않았다는 증언, 현장검증 두고 엇갈리는 의견


변호인은 백희정씨 자백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계속 꼬집었다. 사건 발생 당일, 새벽에 막내딸 백희정 씨가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당에 갖다 놓을 동안 어머니가 인기척 소리에 단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백희정 씨 자백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건 당일인 2009년 7월 6일 백희정 씨는 오전 2시 30분경에 방에서 일어났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집 뒤편 풀숲으로 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통해 다시 집 안 부엌으로 들어왔다.


다시 현관문을 열고 마당 앞에 막걸리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을 주변 하천에 청산가리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새벽 백희정 씨는 현관문을 총 4회 열었다. 백희정 씨는 당시 엄마가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다. 과연 엄마가 자는 동안 한 번도 깨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1심 재판부에서 현장검증에 나섰다. 재판장은 집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열어봤다. 쇠문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문을 열었을 때 바람은 얼마나 거실로 들어오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백희정 씨 방에서 말을 하면 다른 방에서는 얼마나 들리는지도 확인했다. 창고 문도 열고 닫았다. 재판부도 어머니가 깨지 않았다는 증언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당시 현장검증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의견이 갈렸다. 이를테면 범행 당일 개 짖는 소리. 사건 당일 새벽 개가 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이웃집 사람 진술이 있었다.


검찰은 집에 개 두 마리를 키우는데 새벽에 누군가 집에 들어갔다면 개가 짖었을 것이고, 연쇄적으로 다른 집 개들도 짖었을 것이라고 했다. 개가 짖지 않은 것을 외부로부터 '침입'이 없었다는 근거로 보았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 주장대로라면 백희정씨가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하천까지 가서 남은 청산가리를 버렸을 때 동네 개들이 짖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개가 짖지 않은 것을 증거물(청산가리) 은폐를 위한 '출입'이 없었다는 근거로 보았다.

 



부녀가 지능범이라는 공소장, 동네 주민은 "정신상태 정상 아니다"

 


계속해서 변호인과 검찰은 백희정씨 지능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 백희정은 ...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흰색 장갑을 구입하여... 그 후 피고인들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모색하던 중... 청산염과 막걸리를 마련하여 준 다음 이를 이용하여...'라고 적었다. 이렇듯이 검찰은 부녀가 머리를 쓴 지능범이라고 주장한다.

존속살인에서 지능범죄 예는 2013년 8월 16일 발생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들 수 있다. 차남 정 씨는 재산을 노려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차남 정 씨의 거짓말 탐지기 반응이 거짓으로 나오고, 여러 정황 증거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정 씨는 경찰이 사체를 찾지 못한다면 절대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공범인 부녀는 사건 발생을 만천하에 알렸다. 7월 6일 희망 근로현장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간신히 살아난 한 할머니는 "남정네와 딸이 어머니를 죽일 거면 저녁에 둘이 술을 주고받고 하면서 죽이면 될 텐데 왜 밖으로 갖고 오게 해서 이 피해를 주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이러한 의문점을 풀어냈다. 이들 부녀는 범행방법을 1차와 2차에 나누어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1차 범행방법은 피해자 최OO이 냉장고에서 청산염이 든 막걸리를 꺼내 마시고 사망하는 것이고, 사망하지 아니하면 2009년 7월 6일 새벽에 마당에 마치 다른 사람이 막걸리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위장하여 피해자 최OO으로 하여금 공공근로사업장에 가져가도록 하여 이를 마시게 한다는 것으로 판단.'

하지만 두 부녀의 검찰진술은 좀 다르다. 최 씨가 공공근로 사업장에 막걸리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 후 부녀에게는 분명 서로 다른 계획이 있었다.

 

 


백경환 씨의 2차 계획은 숨진 최 씨와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것, 백희정 씨의 2차 계획은 공공근로 현장에서 최 씨가 마시도록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막내딸 계획은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희정 씨는 "그래도 엄마를 없애는데, 이 방법이 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희정 씨는 왜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사건 당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분은 동네 사람들 말을 빌려서 막내딸 백희정 씨의 정신상태가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법정에 제출된 부녀의 정신감정 결과는 막내딸 아이큐는 74, 아버지 아이큐는 86이었다.

즉, 뭔가 치밀하게 '계획'을 하기에는 부녀 모두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일축했다. 막내딸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백희정 씨가 머리를 써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경찰은 의심 가는 사람이 없느냐고 계속해서 가족들에게 물었다. 죽은 최 씨 여동생(백희정 씨의 이모)은 언니가 죽기 전 "막내딸 때문에 창피해서 못살겠다, 동네 누구 하고..."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때 마침 백희정 씨 언니가 이모에게 전화를 해 동네 아저씨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모에게 동네 아저씨에 대해 동생에게 한 번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백희정씨가 이모를 더 잘 따랐기 때문이다. 이모는 백희정 씨에게 이를 물어봤고, 백희정 씨는 동네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백희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성추행은 없었다고 번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동네 아저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지능범이라고 하기엔 너무 쉽게 증언을 뒤집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 백희정씨의 혐의는 '존속살인'에 '무고'죄가 하나 더 추가됐고, 백희정 씨 언니들은 '무고교사'로 기소가 됐다. 물론 이 무고교사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살인사건 담당 검사와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을 검토했던 한 변호사는 검사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백희정씨가 동네 아저씨를 왜 고소하게 됐는지, 그게 필요해요. 자기 범행을 무마하기 위해서 고소를 했다는 취지예요. 그런데 이 살인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 머리를 쓴 계획적 범행이거든요.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백희정 자신은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언니들이 백희정 씨를 교사했다는 말이잖아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가장 핵심 쟁점으로 들어가 보자. 모든 살인사건에는 동기란 게 있다. 부녀가 살인을 저지른 동기, 부녀 성관계를 살펴볼 차례다.

(제4화 '살인 동기'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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