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제11화 청산가리 구입처

 


과거 청산가리는 철공 업체에서 철을 단단하게 만들 때 쓰였다. 불에 달군 금속을 청산가리에 담그면 청산가리가 녹아 금속 표면에 달라붙어 막을 형성하고, 이때 물로 빠르게 냉각하면 강도가 높아진다. 이른바 철 담금질이다. 호미나 낫을 만들 때 청산가리를 넣으면 강도가 강해져서 옛날에는 대장간에서도 사용했다.

 

하지만 강철이 나오면서 청산가리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오늘날 선박이나 비행기는 모두 강철로 만든다. 강한 철판을 가공할 때 쓰는 게 전기용접기다. 약한 쇠를 가공할 때는 산소 용접기를 사용했다.

검찰은 백경환 씨가 17년 전 동네 주민 이강춘(가명)씨에게 청산가리를 얻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강춘 씨와 백경환 씨가 서로 잘 알던 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강춘 씨는 당시 백경환 씨네 맞은편에 살았고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했다. 17년 전 당시 백경환 씨 형제는 블록 공장 일을 하면서 트럭으로 배달도 했다. 백경환 씨는 자전거 바퀴 '펑크'를 때우려고 자전거 수리점에 종종 들렀다.

검찰은 이강춘씨가 자전거 수리점에서 산소 용접기를 사용했으므로 청산가리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경환 씨는 사건 17년 전인 1994년 백색 가루 형태 청산가리를 신문지로 싸서 비닐봉지에 밀봉해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백씨는 청산가리를 어디서 얻었을까

 


백경환 씨가 청산가리를 얻은 이유가 특이하다. 백 씨는 "농사지을 때 해충을 죽이려고 얻었다"라고 검찰에서 자백했다. 하지만 가족은 창고에 그런 위험한 물질이 17년 동안이나 보관됐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동안 손자들이 창고에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면서 놀 때마다 할아버지인 백 씨는 단 한 번도 주의를 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백경환씨의 자백이 명백한 증거인만큼 청산가리 유입경로까지 반드시 밝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강춘 씨의 자전거 수리점에 청산가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보기로 하자. 이강춘 씨는 1999년에 사망했기에 당사자에게 물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부인과 자식들이 아직 해당 지역에 살고 있다.

 



청산가리 공급처로 지목된 이강춘 씨 가족에게 이 사건은 놀랄 일이었다. 사건 당일 옆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문에 그들은 그저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 백경환 씨가 용의자로 지목되자 이강춘 씨 가족은 백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청산가리 구입처로 본인 집이 지목됐고 기자들이 몰려와 "청산가리를 썼느냐"라고 물어댔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자전거 바퀴) 빵꾸는 고무로 때운다"라고 받아쳤다.

백경환 씨는 이강춘 씨에게 1994년쯤에 청산가리를 얻었다. 아마도 청산가리를 한 움큼을 선뜻 줄 정도면 사이가 매우 각별했을 것 같다. 검찰도 둘이 서로 '잘 알던 사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춘 씨 가족도 당시 백경환 씨와 '잘 알던 사이'라는 것은 동의했다. 한동네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강춘 씨가 백경환 씨와 친한 사이라는 것은 부정했다. 일단 나이 차이가 너무 컸다. 호적상 이강춘 씨와 백경환 씨는 열 살 차이다. 게다가 가족들은 이강춘 씨는 그렇게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이 씨 가족이 두 사람의 친분을 부정하는 두 번째 이유는 뚜렷했다. 이강춘 씨 집은 구례구역과 가까운 곳이었다. 1990년대 후반 구례구역 근처는 지리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 한창 들어서고 있었다. 당시 이강춘 씨도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그즈음 이웃 마을로 이사한 백경환 씨는 오이 하우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에 살던 동네 식당에 오이를 납품했다. 그 근처 식당 대부분 백경환 씨와 안면 때문에 오이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강춘 씨 부인은 단 한 번도 백경환 씨와 오이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농사에 청산가리를 썼다고?

 

그렇다면 당시 이씨의 자전거 수리점에 청산가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할 길은 없을까? 이강춘 씨의 큰아들은 1982년부터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 수리점에서 일했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나중에는 가업까지 물려받고 지금도 같은 계통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들은 아버지에게 철 담금질 기술을 전수받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철 담금질 방법을 모른다.

물론 이강춘씨가 아들 모르게 청산가리를 숨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강춘 씨에게 청산가리가 있었다면 분명히 또 다른 공급자가 있었을 것이다. 공급자를 추정할 수 있는 힌트는 동네 사람과 대화에서 나왔다. 한 할아버지가 1960년대 자기가 병원에 근무했다며 당시 사람들이 청산가리 구매를 부탁했고 이에 구해줬다고 했다. 당시는 청산가리 관련 규제도 없던 때였다. 동네 사람 진술을 확보하면 1990년 이강춘 씨가 청산가리를 구한 정황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명확한 입증 없이 부녀는 자백만으로 유죄를 받았다. 대법원 판결(2012.3.15.) 이유는 이렇다.

'과거 철 용접 등에 청산가리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고 채소농사를 짓는 사람들 사이에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산가리가 암암리에 유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즉, 검찰은 해충을 박멸하려는 농민 사이에 청산가리가 암암리에 유통된 증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했다. 이는 백경환 씨가 오이를 재배하면서 해충을 없애고자 청산가리를 사용했다는 진술을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검찰이 법정에 낸 보강 증거를 살펴보자.

 



검찰은 백경환씨 동네 사람 4명과 다른 동네 사람 2명에게 받은 진술을 법정에 냈다. 모두 오이 농사에 청산가리를 썼다는 내용이다. 이는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이었다. 검찰이 살인사건 기록을 검찰로 송치하도록 요구하자 경찰은 이에 따랐다. 검찰은 사건 기록 중 공소유지를 위해 유죄 입증에 유리한 내용을 뽑아 재판에 제시했다.

처음 경찰이 밝혀낸 내용부터 살펴보자. 당시 동네 사람 가운데 이금형 씨가 가장 먼저 청산가리를 썼다고 말한다.

 


문 : 청산가리가 어떻게 생겼던가요.
답 : 하얀 바탕에 약간 노란색을 띠는데 가루입니다.

문 : 당시 청산가리를 어떻게 사용하였나요.
답 : 예, 오이하우스 길이가 100m 정도 되는데 모퉁이에 신문지를 놓고 위에 '청산가리'를 놓고 불을 놓아 태워서. - 이금형 경찰 진술조서. 2009.7.23

이금형 씨 남편 우철문 씨도 가세했다. 8월 1일 순천경찰서 조사에서 다른 마을 사람 김광식 씨와 신종묵 씨 두 명이 청산가리를 쓰는 것을 "직접 봤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남편 진술을 살펴보자.

 


김광식과 신종묵 둘이서 하는 것을 직접 봤습니다. (...) 오래전에 두 사람은 확실히 오이 재배를 마치고 이맘때쯤 비닐하우스 땅바닥을 경운기로 갈아엎고 그 위에 청산가리 가루를 골고루 뿌린 다음 비닐로 그 위를 덮어 놓은 것을 봤습니다. (...) 바케스 같은 곳에 담아서 다닌 것을 봤는데 그 양은 모르고, 보통 6백 평 정도 재배를 했는데, 전체적으로 바닥에 하얗게 뿌렸습니다. - 우철문 경찰 진술조서. 2009.8.1.

청산가리 가격이 얼마 정도였을까? 한 법정 증언에 따르면 콩알 크기 2개 정도에 3만 원을 줬다고 한다. 이 사건기록을 검토한 전직 형사과장은 '(농사에) 돈이 참 많이 들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찰 진술조서를 법정 자료로 제출할 뿐만 아니라 항소 이유서에도 백경환 씨 동네 사람 4명이 한 진술을 소개하며 백경환 씨 자백에 신빙성을 보탰다.

우철문(가명)은 "오이농사를 하는데 청산가리를 태워 선충을 죽인다"라고 진술하고
김광식, 신종묵(가명)은 "오이 재배를 하면서 흙에 청산가리를 뿌린 사실을 알고 있다"(수사기록 제6권 116~122쪽)라고 진술하고,
이금형은 "오이농사를 하는데 청산가리를 태워 선충을 죽였다(수사기록 제6권 154쪽)"고 진술... - 검찰 항소이유서 54쪽. 2010.4.5.

하지만 현장에서 '보강증거' 사실 확인이 시작되자 필자는 당황했다. 거론된 동네 사람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실제로 청산가리를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렇다. 순천경찰서는 처음에 사건 현장을 중심에 두고 시작해 그 동네 사람 가운데 청산가리를 쓴 사람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청산가리를 썼다고 증언하는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바로 이금형 씨다. 남편 우철문(가명)씨도 오이농사를 짓는 다른 사람들을 지목했다.

순천경찰서는 지목된 농가를 뒤졌고 사람들도 불러서 조사했다. 순천경찰서 조사결과, 처음 아주머니가 쓴 것은 청산가리가 아니었다. 농약 방에서 쉽게 구매 가능한 유황, 즉 '황산가리(황산칼륨)'였다. 황산가리는 하우스에 있는 자재 소독을 할 때 사용된다. 가루를 땅바닥에 그냥 놓으면 흙과 섞이므로, 종이 위에다가 놓고 태운다고 했다.

얼마 안 가 당시 마을에는 황산가리인지 청산가리인지 구분을 못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6백 평 되는 땅바닥에 전체적으로 하얗게 뿌린 것은 무엇일까? 그건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소석회 아니면 생석회라고 했다. 조개껍데기로 만드는데 색깔이 하얗다.

 

 


동네 사람들 말에 따르면 순천경찰서는 그 후로 더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에 아무런 조사가 없었던 걸 보면 경찰도 그저 해프닝으로 봤고, 이 동네에는 청산가리 사용자가 없다는 수사보고가 올라가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런 수사보고를 비롯한 수사기록은 검찰에 송치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지 당시 순천경찰서 소속 한 형사는 "백경환 씨 동네에서는 오이농사를 짓는데 청산가리 사용자가 없어서 다른 이웃 동네로 수사를 확대했다"라고 말했다.

'보강증거'란 진술이 허위가 아니란 것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들이다. 검찰은 백경환씨 자백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고 허위증거를 제출한 셈이다. 검찰이 이런 허위증거들을 제시한 것은 고의일까? 아니면 실수일까?

한 전직 형사과장은 고의라면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하고, 실수라면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기록 전체를 읽어보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계속해서 경찰 입장을 살펴보자.

(제12화 - '경찰 측 입장'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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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제8화 막바지 경찰 수사 상황

 

 

 


형사는 백희정 씨를 조사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백희정 씨의 답변은 언제나 엉뚱했다.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가 '한참 뒤 생각났다'며 단편적인 부분을 말하곤 했다. 그러고는 혼자 웃어댔다. 백희정 씨는 담당 조사관보다 잘생긴 형사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형사들은 내부에서 그 형사에게 "(백희정 씨가) 너만 찾으니 네가 조사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경찰은 '갑 티슈'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동네 주민 장영환 씨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형사는 백희정 씨가 어느 정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인지했다. 이모인 최숙자 씨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형사들은 백희정 씨를 조사할 때 최숙자 씨도 동석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때부터 이모는 백희정 씨 옆에 앉아 아이 다루듯 달래면서 사건 당시 기억을 더듬게 했다. 경찰은 백희정 씨에게 성추행과 더불어 성폭행 피해 여부도 물었다. 처음에는 당한 적이 없다던 희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결국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성폭행 혐의로 마을 주민 장영환 씨를 긴급 체포했고 죽은 최명자 씨 딸들과 대질 조사를 벌였다. 첫째와 둘째가 먼저 조사를 받았고 백희정 씨가 마지막으로 조사실에 들어갔다. 경찰은 조사를 끝내고 8월 18일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장 씨를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구속 송치했다. 더불어 백희정 씨에 대해서는 '정신지체가 의심된다'는 보고서도 덧붙였다.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자 희정 씨는 이모 최숙자 씨와 함께 검찰청으로 갔다. 8월 20일 오후 3시쯤 첫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사는 이 사건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가 쓴 기록을 보면 사건 서류를 받은 지 나흘째 되던 날인 8월 21일 오전, 검사가 사건 수사 기록을 보고 "우리가 한 번 그 사건을 해결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넌지시 말을 한 것으로 돼 있다.


두 번째 검찰 조사는 사흘 뒤인 24일이었다. 경찰은 성폭행 사건만 송치한 것일 뿐 살인사건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8월 20일부터 23일 사이, 최숙자 씨와 백희정 씨는 형사도 계속 만났다. 이모는 당시 형부인 백경환 씨를 담당했던 형사가 모두 백희정 씨에게도 붙었다고 했다.

형사들은 희정씨가 구속된 장영환 씨와 공모했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이모에게 이런 내용에 관해 백희정 씨를 떠볼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모가 "장영환 아저씨가 너하고 그랬다고 불었다는데?"라고 묻자 희정 씨는 "아닌데!"라고 툭 내뱉었다.

 



이 시기에 형사는 최숙자 씨에게 "구속된 장영환 씨 부인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데,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 달라"라고 부탁했다. 형사는 이모에게 볼펜만 한 녹음기를 건넸다. 이모는 조카 백희정 씨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얘가 누군지 아세요?"
"밑에 집 희정이인데…"
"아, 그래요? 막걸리 지금 사고 났는데… 싸이나('청산가리'의 일본식 표현) 아세요?"
"하얀색에 동그랗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표현했다. 최숙자 씨는 당시 검사에게도 이러한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제 백희정씨가 검찰에 자백하기 전날 상황을 살펴보자.

8월 23일 오후 3시, 이날도 백희정 씨는 이모와 순천 경찰서 앞 삼산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희정 씨는 경찰이 묻는 질문에 엉뚱한 답변만 했다.

경찰 질문에 엉뚱한 말만 하던 백희정, 검찰에서는 갑자기...

 


이모 최숙자씨가 옆에서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희정 씨는 수사관 앞에서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김밥 가게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늦었다"라고 했다. 정식 아르바이트도 아니었는데 희정 씨는 파출소 옆에 있는 다리에서 울며 방방 뛰기까지 했다. 최숙자 씨는 택시를 잡아서 희정 씨를 태워 보낼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탄 희정씨는 형사들을 향해 "있다가 내가 진짜 말해 줄게요"라고 소리쳤다. 이모 최숙자 씨는 "백희정은 항상 그런 식으로 말했다"라고 했다. 형사들은 다시 기대에 부풀어 백희정 씨를 쫓아갔다. 형사들은 가게 구석에서 희정 씨가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가게 일이 끝나자 희정 씨는 김밥 사장 김미순 씨 친구 가게 오픈 기념식에 간다며 광양으로 가겠다고 했다. 최숙자 씨가 말렸으나 희정 씨는 울면서 고집을 피웠다. 형사들은 광양까지 따라갔고 회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희정 씨는 형사들과 약속은 잊은 채 순천에 있는 김밥가게 사장인 김미순 씨 집으로 가버렸다. 이날 백희정 씨는 김밥가게 사장과 함께 지냈다.

김밥집 사장 김미순씨는 백희정 씨가 엄마가 죽고 나서 말수가 더 줄었다고 기억했다. 또 희정 씨가 경찰서에서 오랜 기간 조사받으면서 짜증이 더욱 늘었다고 했다. 종종 "내가 했다고 하고 들어가서 살겠다"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8월 24일 희정씨는 김미순 씨에게 가방과 통장을 맡기고 오후 2시 검찰청으로 갔다. 당시 김미순 씨가 우연히 본 희정 씨 휴대전화 '카카오톡' 창에는 '푹 쉬고 싶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이모 최숙자씨는 백희정 씨가 오후 2시에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간 사실을 몰랐다. 저녁이 돼도 희정 씨가 돌아오지 않자 검찰에 전화했다. 수사관은 "금방 돌려보내겠다"라고 말했으나 밤 11시가 넘어도 희정 씨는 소식이 없었다.

8월 24일 검찰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용의자로 백희정을 긴급 체포했다. 백희정 씨가 검찰에서 자백했기 때문이다. 25일 '청산가리 막걸리 용의자 검거' 뉴스가 보도됐다. 뉴스를 접한 백경환 씨는 "저 년이 일을 저질렀나 보네"라며 방에 들어가 머리를 찧어댔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검사는 백희정씨가 자백한 이튿날인 25일, 순천경찰서에 전화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백희정 씨를 검거했으니 경찰 수사기록 일체를 넘기라고 지휘한 것이다. 순천경찰서 살인사건 수사팀이 높이가 허리까지 닿을 정도인 서류를 가져왔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백희정은 25일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공모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26일 오전, 검찰 수사관들이 자고 있던 백경환 씨를 체포했다. 백경환 씨는 당일 범행을 인정했다. 백 씨 부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

살해 동기는 '부녀 성관계'였다. 백경환 씨는 '지난 2009.8. 일자불상 밤 12시경 희정 방에서 성관계를 한 번 하였습니다'라고 자백했다.


자백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 두 번째 방송


가족들은 검찰 수사에 반발했다. 검사는 이모 최숙자에게 왜 언니가 죽었는데 가해자 편을 드느냐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숙자 씨는 8월이면 백희정을 데리고 형사들을 만나야 했기에, 순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백희정을 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받아낸 자백대로라면 형사들이 백희정을 밀착 마크할 시기에 '부녀 성관계'를 했다는 말이 된다.

이 시점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한재신 PD가 카메라를 들고 따라붙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09년 8월 1일, '두 마을의 끝없는 공포 - 청산가리 살해 미스터리'를 내보낸 데 이어 두 번째 방송이었다.


한재신 PD는 순천 아랫시장 국밥집을 찾아다니며 국밥을 먹고 막걸리 3병을 사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백희정 씨가 다녔던 농업 고등학교를 찾아가서는 청산가리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이 있는지 확인했다. 9월 26일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미스터리,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 아버지와 딸은 공범이었나' 편을 방송한다.

 


한재신 PD는 마지막 장면에 김밥가게 사장인 김미순 씨를 등장시켰다. 당시 김미순 씨와 한재신 PD는 백희정 씨를 면회했다. 김미순 씨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인터뷰했고 쓸쓸하게 돌아가는 뒷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부녀를 향한 동정적인 시선을 강조하는 장면이었지만 검찰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검찰은 이때 접견 녹취록이 검찰에 유리한 증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 이야기다.

"당시 SBS PD가 김밥가게 아줌마 데리고 가서 얼마나 백희정을 구슬렸는데요, 검찰에서 뭔 일이 있었느냐면서 울고불고 쇼를 다 했어요. 그런데도 백희정은 검찰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하잖아요."

이제부터 검찰의 활약을 살펴보자. 검찰은 분명 경찰 수사가 짚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냈다.

(제9화 - '검찰의 활약'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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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추적기> 제7화 경찰 수사 점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도 백경환(가명)·백희정(가명) 부녀를 가장 먼저 의심했다.

 



죽은 최 씨 집은 마을 큰 도로에서 골목길을 따라 200m 들어간 곳에 있다. 사인이 된 막걸리는 최 씨가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이었다. 형사들은 현장을 보자 면식범 소행으로 예상했다.

 

 


순천경찰서는 남편 백경환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남편 백경환 씨는 경찰서에서 사건 당일부터 계속 조사받았다. 유가족과 친척은 장례 절차를 마치고 조사가 시작됐다. 한 친척은 "조사를 받아보니 이미 백 씨의 보험·금융·통신 내용은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를 만드는 공장은 순천 시내에 있었다. 생술이라서 그날 만들어 바로 소비해야 하므로 순천지역에서만 판매됐다. 형사들은 그 막걸리가 순천에서 황전마을로 오려면 자가용·택시·버스 중 하나를 통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루 열 번 운행하는 33번 버스에는 CCTV 4대가 부착돼 있었다. 따라서 승객이 버스를 탄 곳과 내린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사들은 백경환씨에게 수사 협조를 부탁했다. 형사가 백경환 씨를 3일 동안 데리고 그 막걸리를 파는 슈퍼·식당 근처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형사는 주인에게 '백 씨에게 막걸리를 판매한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당시 백 씨는 3일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경찰은 백 씨가 '배가 고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식사 때면 밥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고 한다.


 

막걸리 생산 일자는 7월 2일이었다. 범인이 막걸리를 샀다면 분명 7월 2일 이후였다. 순천과 황전 사이에 있는 도로 CCTV를 최대한 뒤졌다. 또 7월 2일부터 행적도 모두 조사했다. 백경환 씨 일터 작업일지를 모두 제출받았다.

그와 관련된 모든 게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백 씨 집과 동생 식당도 압수 수색을 했다. 형사들은 사건 전날 백 씨 가족이 외식을 한 식당을 찾아 직원에게 당시 분위기를 물었다. 당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백 씨 아들은 아버지가 걱정돼 일을 접고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아버지가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면 동행했다. 경찰은 백 씨에게 여자관계를 묻기도 했고, 오이 농사에서 병균을 죽일 때 무엇을 쓰는지도 물었다. 백 씨는 오이 농사에 석회질소를 쓴다고 답했다.


백 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조사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평소 무척 말이 없던 백 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형사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백 씨에게 자백을 받지 못했다. 자백을 받아낼 명확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반경을 점점 넓히며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마을 사람 알리바이와 동선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7년 동안 치매로 누워 있던 할아버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경찰은 남편 백경환씨만 의심한 게 아니었다. 막내딸 백희정 씨 역시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형사는 백희정 씨 언니 진술에서 감이 왔다고 했다. 언니의 진술 내용은 뭐였을까.

"제가 집에 오면 엄마와 희정이가 여러 번 다퉜거든요. 서로 악을 쓰면서 싸웁니다. 그러면 옆에서 제가 희정이를 혼냅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에 제가 희정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가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가셨다'라고 '○○병원으로 민수 데리고 가보라'라고 하니까, 희정이가 자고 일어난 목소리로 '알았다'라고 했고 제가 조금 후에 전화를 하니까,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2009.7.23. 2회 진술조서)

 


엄마 사망 소식에 놀라지 않은 딸

 


이 대목은 검찰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당시 백희정 씨는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놀라지도 않았고, 택시를 잡아타고 황급히 (장례식장에) 가지도 않았다. 이에 형사는 백희정 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백희정 씨는 7월 4일 남자 친구를 만나러 부산에 갔다고 했다. 형사들은 (백희정 씨의) 돈 출처가 궁금했다. 백희정 씨 계좌와 통신내역을 추적했고 그가 일하는 마을도서관 컴퓨터를 조사했다. 둘째 언니는 사건 전날 식당에 가는 길에 마주친 백희정 씨가 가방 같은 것을 메고 걸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형사들은 가방에 막걸리가 들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백희정 씨는 사건 전날 부산에서 바로 순천으로 오지 않았다. 7월 5일 오전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동했다. 형사들은 백희정 씨 당시 이동 경로를 확인했고, 버스를 타거나 편의점에 들렀다면 그곳에 부착된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또 그동안 백희정 씨와 채팅을 한 남자를 만나러 전국을 돌기도 했다.

백희정 씨가 엄마에게 질책을 받자 남자 친구를 시켜 살해할 수도 있다는 게 또 다른 가정이었다. 수많은 용의자가 눈을 사로잡다가 용의 선상에서 사라져 갔다. 경찰은 이처럼 백경환·백희정 씨 부녀에게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은 거짓말탐지기도 모두 통과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살인 사건과 관련해 받은 질문은 세 가지였다. 백경환·백희정 씨 부녀는 모두 부정했고 거짓말탐지기 반응은 모두 '진실'이었다.

1. 당신이 그 당시 집에 청산가리를 막걸리를 탄 막걸리를 놔두었습니까?
2. 당신이 집 마당에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놔두었습니까?
3. 그 당시 집에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갖다 놓은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수사본부 사건 경험이 있는 형사과장들은 거짓말탐지기를 신뢰한다고 했다. 신뢰하지 못한다면 왜 그런 시스템을 국민 세금 축내면서 구축하느냐고 되물었다. 과연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진실과 거짓 중간에 '판단 불능' 구역이 있다. 진실 또는 거짓이 얼마든지 판단 불능으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이 거짓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7월 27일 경찰청에서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한다. 프로파일러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범인의 특성을 몇 가지로 요약했다. 피해자 주변인으로 범인의 입장에서 피해자보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우월한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었다. 또 범인은 대인관계가 미숙해 위축돼 있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공격성과 폭력성이 내재해 가족 등 자신의 영역에서는 폭력성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특성이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프로파일러는 필자에게 수사에 관한 사항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정황을 비롯한 종합적인 상황을 분석한 것임을 강조했다. 내가 만난 형사과장들도 프로파일러 실력은 인정했다. 그러나 프로파일러 의견이나 거짓말탐지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했다.

 



순천경찰서 형사들은 가족들에게 계속 의심되는 사람을 물었다. 이에 아버지와 딸 의견이 엇갈렸다.

백경환 씨는 경찰 조사 때부터 아내가 사망 직전 갈등을 빚었던 마을 아주머니를 꼽았다. 백경환 씨와 달리 딸들은 다른 마을 아저씨, 장영환(가명)씨를 지목했다.

경찰이 장영환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삼은 데에는, 죽은 최 씨 여동생과 최 씨 동네 할머니 증언도 한몫했다. 사건 전에 최 씨로부터 "희정이가 동네 어떤 남자랑 알고 지내는 것 같다. 미치겠다"는 하소연을 들었고, 동네 할머니는 그냥 막내딸을 시집보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여기에 최 씨 딸들 진술까지 가세했다.

초상집에 갑티슈 들고 온 이상한 조문객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최 씨가 청산가리 막걸리를 마시고 죽은 사건 당일, 백경환 씨 집에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충격에 친척이 토방에 앉아 허탈하게 있는데, 첫 조문객이 들어왔다. 조문객은 갑 티슈 묶음을 들고 있었다. 죽은 최 씨 여동생은 당시 '시골에서는 초상집에 티슈를 들고 오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조문객은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대문 밖으로 나갔다.

최 씨 장례를 치르고 열흘 정도 지나 최 씨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죽은 최 씨 둘째 딸이었다.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가 이튿날 찾아와 물었다.

"이모, 그때 갑 티슈 들고 온 사람 기억나세요?"
"왜?"

그게 시작이었다. 둘째 딸은 그 조문객이 수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갑 티슈를 들고 온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 조문객은 바로 마을 아저씨 장영환 씨였다.

둘째 딸은 자신과 언니가 예전에 그에게 성추행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막내도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했다. 이모는 백희정 씨를 만나 이에 관해 물었다. 희정 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자신도 당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경찰이 백희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성추행과 더불어 성폭행 여부도 물었다. 처음에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없었다던 희정 씨는 결국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2009년 7월 26일 경찰은 백희정 씨에게 물어보면서 고소장을 작성했다.

'장영환은 2008년 11월 15경부터 2009년 5월 13일까지 6차례에 걸쳐서 고소인을 강간하거나 강제로 추행하였으니 이를 처벌해 달라.'

경찰은 희정 씨에게 장영환 씨 집 구조를 그리게 했다. 희정 씨 그림에는 실제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묘사가 있었다. 경찰은 장영환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백희정 씨 강간과 강제추행 등 피의사건 조사를 끝내고 8월 18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구속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이 8월 24일 백희정 씨로부터 (어머니 살해) 자백을 받아낸다. 단 일주일 만이다.

대체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계속해서 이 당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동선을 살펴보겠다.


(제8화 - '막바지 경찰 수사 상황'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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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기억 제6화 유력한 용의자 남편

 

 

 

 

남편 백경환(가명)씨가 사건 발생 직후 보인 행동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일 상황을 살펴보자.

 



백경환 씨는 오전 11시경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일터에서 백 씨는 전화를 받은 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뭔 막걸리를 줬는데 그게 잘못 되었는갑소."

 


백 씨는 일터에서 고향 마을로 달렸다. 당시 아내가 실려 간 병원으로 가려면 구례역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백 씨는 동생 집으로 갔다. 동생은 우선 장례식장으로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백경환 씨는 현장으로 가서 막걸리병을 찾아 나섰다.

 

물론 현장은 이미 노란색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이 쳐진 상태였다. 그 후 백 씨는 병원으로 갔다. 친척들도 모여들었다. 장례식장에서 장모는 "술 먹으면 백 서방에게 많이 맞더니 결국에는 이렇게 되었네"라며 통곡했다.

이처럼 사건 당일, 최 씨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에 백경환 씨가 바로 '막걸리'가 문제였다고 여긴 점, 장례식장으로 곧장 가지 않고 사건 현장으로 간 점, 장모가 사위의 폭력적인 성향을 거론한 점 등을 검찰은 문제 삼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경환 씨는 딸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백희정(딸, 가명)씨 검찰 자백에 의하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는 막내딸에게 "경찰들에게 말조심하라"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이 부녀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죽은 최 씨 식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죽은 최 씨 여동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왜 언니가 죽었는데도 용의자 편을 드느냐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망한 최 씨쪽 식구들은 필자에게 사건 당일 있었던 일을 더욱 상세히 들려줬다.

 



당시 친척 사이에 장례 절차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순천 시내 병원보다는 동네와 가까운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백경환 씨는 돈이 없다며 난처해했다고 한다. 백경환 씨는 부인이 죽은 상황에서 돈 걱정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경찰이 모였다. 조문객이 한 명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문객들이 부조금을 건네자 그걸 일일이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장례 마지막 날 관이 나올 때 백 씨는 대성통곡을 했다.

"나 두고 가면 어쩌냐!"

이 장면을 본 사돈 쪽 식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혹시 백경환 씨가 범인이란 의심을 했을까? 친척들은 백 씨의 이런 모습이 결혼 초기부터 늘 봐 왔던 장면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 시선에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는 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장모가 통곡한 내용에는 친척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까? 당시 장모 통곡 소리는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 대부분이 들었다고 한다. 사돈 쪽 식구들은 장모가 이런 통곡을 한 것은 이들 부부가 장모 앞에서도 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척들 대부분은 동네 사람들을 초대한 장인 회갑 때를 비롯하여, 딸 결혼식 전날에 벌어졌던 부부간 다툼을 기억했다.

백 씨의 '욱'하는 성격, 친척은 "정상이 못 된다"는데

 

 


백경환 씨는 이처럼 '욱'하고 성질이 뻗치면 주변 시선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척들은 이런 백경환 씨를 '부족하다', ' 정상이 못 된다'라고 생각했다. 즉 이런 범행을 계획할 만큼 지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내 최 씨가 술에 취해 말수가 많아지면 부부 싸움이 나곤 했다. 자녀 말에 의하면 어머니는 술을 마시면 말수가 많아지고 언성이 높아졌는데, 아버지 백경환 씨는 "시끄러워!" 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며 다퉜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정도 부부싸움은 흔한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장례식장에서 장모 통곡을 접했던 친척들은 전체적인 맥락상, 장모가 사위를 용의자로 놓고 하는 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내딸은 아버지가 "경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당부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부분 역시 친척의 생각은 검찰과 많이 달랐다. 죽은 최명자(가명)씨 여동생도 형부가 백희정 씨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아버지와 딸 둘이서 나눈 귓속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이 오고 간 것일까? 당시 한 친척은 막내딸이 장례식장에서 엉뚱한 소리를 해대니 아버지가 '말 함부로 하지 말라'라고 주의를 시킨 취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러한 보강증거와 더불어 살인 발생 원인도 더욱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살인사건 동기가 반드시 부녀 성관계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이 사건도 다른 존속살인들처럼,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장기간을 두고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백 씨 집안에서 '가정환경, 성폭행 배경, 인터넷 채팅, 부부간의 다툼, 모녀지간의 갈등, 피고인 백희정의 비관적 삶의 한탄, 가족 간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우애 상실' 등이 오랜 시간을 두고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러한 논리에 동감했다. 변호사는 여러 누적된 갈등이 내재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격분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우발적으로 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계획범죄에 가깝다. 계획적인 범죄들은 동기가 뚜렷한 법이다. 보통 살해 동기는 금전, 치정, 원한 이 세 가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그 복합적 원인 중 하나가 "실제 백경환은 은행권에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에 발생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에서도 사채라 불리는 제2금융권 대출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백경환 씨에게는 어떤 채무가 있었을까? 경찰은 초기에 백경환 씨 빚을 조사했다. 큰딸 카드 값과 오이 하우스 등 이유로 농협에 집을 담보로 4천만 원을 대출받았고, 2008년 12월경부터는 연체되고 있었다. 이는 농협에 농사자금을 빚진 것이다. 농사자금은 저금리에 속한다.

부조금 일일이 챙긴 남편, 과연 금전 문제가 살인 동기였을까

검찰 주장처럼 저금리 농사자금이 살인사건 동기 중 일부로 작용했을까? 한 형사는 만약에 부인이 농협에서 농사자금을 빌려서 그걸 엉뚱한 데 써버렸다면 부부간 갈등이 됐을 것이라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집안은 금전 문제로 인한 부부 갈등이 어느 정도였을까? 사건이 발생한 2009년, 백경환 씨 집안의 경제적 여유를 살펴보자.

2009년은 오이 하우스 농사를 접었기에 돈이 궁해졌다. 2009년 4월경 백 씨 부부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녀 빚까지 갚아주는 실정이었다. 부부는 나락 농사와 동네 품팔이를 시작했다. 백 씨는 이웃 사람과 함께 다니며 집 짓는 일을 거들기도 했다. 최 씨는 순천시청을 찾아 희망근로사업장 근무를 신청했다. 농촌 품삯과 비슷한 일당이 나왔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최 씨는 일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백경환 씨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백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거리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마을 식당 주인이 친척 한 분을 소개했다. 산림청 하청을 받아 풀 베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일터까지 차로 40분 거리였다. 백 씨는 2009년 7월 1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만약에 부인이 없어진다면 남편 백경환 씨에게는 어떤 경제적 이익이 생길까? 백경환 씨가 혼자 농사를 지어야 하며 은행 빚도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 게다가 막내딸은 훌륭한 농사 파트너가 아니었다. 지난 기사에서 말했듯이, 백희정 씨는 일에 서툴고 의지가 없어 농사와 집안일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즉, 딸과의 자유로운 성관계를 위해 아버지가 평생 혼자 일하며 딸의 밥상까지 차려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부녀가 살인했을 때 상대적으로 돌아오는 이익을 생각해보면 살해 동기를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백경환 씨와 백희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초기에 유력한 용의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부녀로부터 자백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백희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경찰을 철저하게 속였다고 털어놨다. 경찰도 막내딸의 말을 그냥 믿어줬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통화내역 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압박해 부녀가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백경환 씨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사실에 의심을 품었다. 백경환 씨 진술을 살펴보자. 우선 기상 시각이 오락가락했다. 또 막걸리를 토방에 올려놓을 당시 아내가 방 안에서 자고 있었다고 말했다가 부엌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사건 당일 식당 주인은 백경환 씨가 가게에 온 시각이 오전 5시 10분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백 씨 주장은 오전 5시 30분이었다. 백 씨는 또 일터로 바쁘게 가야 해서 막걸리병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마을 식당에서 커피 마실 시간은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사실 경찰도 검찰처럼 백경환 씨와 백희정 씨를 의심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경찰은 왜 검찰처럼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이제부터 경찰 수사를 한 번 점검해보기로 하자.

(제7화 - '경찰 수사 점검'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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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나흘간의 기억> 제5화 부녀에 대한 주변 평가.

 

 


주변 사람들은 왜 부녀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것일까? 그것은 부녀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일단 아버지부터 살펴보자.

 



백경환(가명)씨는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집에서 둘째 아들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태어나고 나서 3~4년 지나 출생신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사건 발생 15년 전부터 부녀가 성관계했다면 당시 백 씨의 실제 나이는 45세가 아니라 50세 전후였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해당 연령대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라서 '육체적 관계를 갖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전직 형사과장은 설령 부녀가 진짜 범인이었다고 해도, 그들이 대응만 잘했으면 이 사건의 용의 선상에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서 딸이 자백했어도 아버지가 부인했다면 상황은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자백이 엇갈린다면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버지 백경환 씨는 왜 혐의를 부인하지 못했던 것일까?

변호인 생각은 이랬다. 백경환 씨 집안에 정신병을 앓았던 가족력이 있어서 그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백경환 씨 부모님은 정신이상인 큰아들을 치료하고자 재산을 모두 쏟아부었다. 정신질환 증세는 그다음 세대에도 나타났다.

백경환 씨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백경환 씨는 35세에 마을 주민 소개로 아내 최 씨를 만나 결혼했다. 1980년대 백 씨는 동생이 운영하는 블로크 공장에서 일했다. 화물차에 블로크를 싣고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제수씨 기억에 아주버님인 백씨는 착하고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다. 백 씨는 트럭 운전 중에 경찰이 보이면 먼저 당황했다. 당시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이나 과적 차량만 잡는 것은 아니었다. 용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괜히 차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백 씨는 차를 세우라는 경찰 신호를 볼 때부터 면허증을 제시할 때까지 벌벌 떨었다고 한다. 백경환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옛날 젊었을 적에... 승용차 세차 일을 했는데 그때 다른 사람 차가 사고 나는 것을 보고 그 이후로 저는 절대로 (차를) 빌려주지도 않고 남의 차에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친척들은 백경환씨가 이런 성격으로 무슨 살인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1984년 백경환씨는 막내딸을 얻고 1남 3녀의 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이웃 마을로 이사했다. 이들 부부는 집을 짓고 나락 농사를 지으며 새로 온 마을에 자리 잡았다.

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늘 베풀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막내를 제외한 딸들은 결혼해서 출가했다. 아들은 서울에서 일했다.

한때 장모와 함께 살기도... 부녀 성관계? 친척은 "어림도 없다"


1990년대 후반 백경환씨는 오이 하우스를 시작했다. 당시 부부의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세 걸음을 걸어도 함께였다"라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부부는 마치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다. 마을 사람들이 '부녀 성관계'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성폭행은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향 집에서 오직 세 식구만 살았던 게 아니었다고 한다.

하우스 일손 부족으로 2003년경에는 장모가 와서 살기도 했다. 그때는 장모는 딸과 함께 잤고 남편 백경환 씨는 하우스에서 주로 잤다고 한다. 2008년경에는 둘째 딸이 출산을 위해 와서 한 해 머물기도 했다고 한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언니와 할머니가 함께 살면서도 부녀 사이에 벌어지는 '지속적인 성폭행'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강압적인 '부녀 성관계'가 있었다면, 막내딸은 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일까?

 



이제 딸 백희정씨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백희정 씨는 1984년에 태어났다. 친척들에 따르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키는

106㎝, 몸무게는 15㎏이었다. 부녀 성관계가 시작됐을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상태는 어땠을까?

이 당시 키는 116㎝로 자랐고 몸무게는 18㎏이었다. 당시 막내딸 발육상태를 기억하는 한 친척은 부녀 성관계는 "어림도 없다"라고 말한다.

백희정 씨는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생활기록부에는 '동화책에 많은 관심을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백희정 씨는 초등학생과 어울렸다.

 


백희정 씨는 고등학교를 2003년 2월에 졸업했다. 이후 한 친척이 청소, 설거지 등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겠다며 백희정 씨를 식당으로 불렀다. 친척은 장난치고 다독거리면서 일을 가르쳤다. 친척이 보기에 백희정 씨는 식탁을 말끔하게 닦지 못했다. 설거지도 어설펐다. 식당을 찾은 손님이 나이라도 물으면 눈물부터 글썽였다.

백희정 씨는 어머니에게 야단맞을 때도 자주 울었다. 아기가 울 때처럼 양손으로 눈가를 비비며 잉잉거렸다고 한다. 그럴 때면 아버지 백경환 씨는 아이를 울린다고 아내를 나무랐다. 친척은 울지 말고 대답 크게 하라며 백희정 씨를 다독였다.

친척은 백희정씨에게 통장을 만들어 2~3만 원씩 주면서 입금하도록 했다. 당시 친척은 백희정 씨에게 자주 "한 푼 두 푼 저축해서 그게 제법 모이면 송아지를 사고, 그게 커서 다시 새끼를 낳는다"며 재산이 불어나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게 저축을 유도했지만 백희정 씨는 돈이 제법 모일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집에서도 행방을 알지 못했다. 며칠 지나서 돈을 모두 써버리고 다시 나타난 백희정 씨. 친척이 그녀에게 어디 갔었냐고 물으면 백희정 씨는 피식 웃기만 했다.

이처럼 백희정씨에게는 '계획성'이 부족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친척은 그녀가 계획범행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여긴다.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백희정 씨가 '허위진술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법정에서 범행과 관련이 없는 부분도 허위증언을 곧잘 했다. 그중 하나가 가령 백희정 씨가 동네 슈퍼에 가서 막걸리 심부름을 했다는 것이다.

 

이 법정진술은 백희정씨가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가족들 주장에 배치된다. 그런데 정작 슈퍼 주인은 "희정이는 우리 가게에는 오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집(해당 슈퍼마켓)에는 과자가 없잖아!"

백희정 씨가 애용했던 슈퍼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구례구역 앞 슈퍼였다. 기차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위해 해당 슈퍼에는 과자와 음료들이 제법 있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같이 일하면 답답하다'는 반응

 


당시 친척은 이런 백희정 씨에게 최선의 미래는 먹고사는 데 걱정 없는 곳으로 시집보내는 거라 여겼다. 백희정 씨에게 선을 주선하는 자리가 들어오기도 했다. 맞선 상대인 남자에게는 한 가지씩 결함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백희정 씨를 오랫동안 관찰했던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족과 친척을 제외하고 백희정 씨를 가까이서 관찰한 사람은 김밥집 여사장 김미순(가명)씨다. 백희정 씨가 김미순을 만나게 된 때는 2007년이다. 백희정 씨는 순천 시내 김밥 가게에 우연히 들렀다가 일자리 제의를 받는다. 당시 여사장 집에서 잠자리도 제공한다고 했다. 사장인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 모습이 청순해 보였다고 했다.

이 가게는 인근 유동인구가 많아 일손이 늘 부족했다. 하지만 백희정 씨 능력은 곧 드러난다. 사장은 희정 씨에게 야간 포장과 배달을 맡겼다. 백희정 씨도 새 일자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주문이 밀려와도 백희정 씨는 천하태평이었다. 게다가 꾸준하던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백희정 씨였다. 주문·결제·배달·수금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아주머니들은 백희정 씨가 금고에 손을 댄다고 당시 사장에게 말했다.

백희정 씨는 여사장 김미순 씨 집에서 머물렀다. 당시 백희정 씨 대화 주제는 크게 조카 얘기 아니면 엄마 얘기였다. 하우스 안 도와준다고 야단쳐서 엄마가 밉고, 농약을 칠 때 줄을 잡아당기거나 오이 박스 포장하는 일도 하기 싫다고 했다. 엄마가 술 마시는 것도 싫다고 했다.

백희정 씨 부모님은 종종 김미순 씨 집을 방문했다. 부모님은 항상 함께 와서 오이나 나물을 건넸다. 어머니는 "애기(백희정 씨)가 많이 모자란데 잘 부탁한다"며 고마워했다.

당시 여사장 김미순씨는 백희정 씨와의 대화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기억이 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만 따로 백희정 씨를 만나러 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곁에서 약 2년간 지켜본 여사장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녀 또한 백희정 씨가 이런 계획범죄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김미순 씨도 백희정 씨에게 나이가 제법 많은 친척과 중매를 주선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희정 씨가 살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나물을 사 오라면 싱싱한 것으로 골라올 줄도 몰랐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산다면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비싼 편의점 가서 사는 등,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가 돈을 가지고 어떻게 써야 할지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다고 했다.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 품성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 씨는 "백희정 씨는 화가 나면 토라져서 아무 말도 안 한다"라고 했다. 그 정도지, 사람을 죽일 만큼 '악질'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이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김미순 씨가 관찰한 내용을 살펴보자. 당시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를 알고 지낸 이래로 지금까지 그렇게 들뜬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백희정 씨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2009년 초, 26세가 된 백희정씨는 틈만 나면 김미순 씨를 가게 건물 뒤편으로 데리고 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물론 아버지 이야기는 아니었다. 백희정 씨는 담배를 피우면서 "오빠 만나고 왔어, 오빠가 용돈 줬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돈이 어디서 나느냐고 물으면 백희정씨는 오른쪽 새끼손가락만 펴고는 "이게(애인이) 줬지"라고 말했다. 백희정 씨는 채팅으로 만난 오빠가 용돈을 통장에 넣어준다고 했다. 김미순 씨는 백희정 씨의 통장을 대충 살펴본 적이 있다고 했다. 1만 원, 2만 원 등 금액이 잔잔했다. 그중에 40만 원으로 제법 큰 입금액도 있었다. 그 40만 원은 시청에서 주는 월급이었다.

2009년 봄부터 백희정씨는 마을도서관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일을 했다. 도서관을 청소하고 대출 일지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 아르바이트는 백희정 씨 어머니가 동네 이장에게 부탁해서 얻은 일자리였다. 백희정 씨는 주로 도서관 컴퓨터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편 죽은 최씨(엄마) 여동생도 아주 오래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언니가 스쳐 지나가듯이 이혼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남편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발생 직전에 언니가 여동생에게 하소연한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당시 최 씨는 같은 이야기를 동네 할머니에게도 했다. 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다.

"막내딸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다. 동네 누구 하고..."
"이모. 사건 난 날 OO아빠 우리 집에 온 거 알아요? 이모, 그 사람이 의심스러워..."

이처럼 주변 사람들은 사건 전 '부녀'사이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부녀가 보인 행동은 검찰이 보기에도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 입장은 어떨까?

(제6화 - '유력한 용의자, 남편'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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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기억 제3화, 소통 없는 공모

 


변호인은 부녀의 범행 공모과정에도 의문을 표했다. 대체 어떤 점에서 그럴까?

 




아버지 백경환(가명)씨는 창고 선반에서 청산가리 봉지를 꺼내 막걸리 봉지 옆에 가져다 놓고, 딸 백희정(가명)씨에게 "창고에 막걸리를 가져다 놓았다"라고 했다. 백경환 씨는 이 말이 "월요일(7월 6일) 새벽에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서) 화단 앞에 갖다 놓으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아버지 말에 백희정 씨는 창고에 와서 그냥 막걸리와 봉지를 바라만 봤다고 진술했다. "이게 청산가리인지 어떻게 알았어?"란 수사관 질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라고 답했다.

 

백희정 씨는 옥상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나서, 사용했던 면장갑과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고 했다. 백희정 씨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침 아버지가 종량제 봉투를 인근 버스정류장에 갖다 놓았고, 쓰레기 수거 차량이 싣고 가버렸다고 했다.

변호인은 부녀의 공모 방법을 가리켜 '이심전심'이라고 표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소통도 없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읽은 듯이 증거물을 은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변호인은 다음 대목에서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희정 씨는 7월 4일 저녁에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고나서, 채소 냉장고 칸에 보관했다. 막걸리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2009년 7월 4일 순천은 29.8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백희정 씨가 창고에서 막걸리를 확인한 것은 7월 3일 저녁이었다.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막걸리를 이튿날 저녁까지 밀폐된 창고에 방치했다. 무더운 여름에 24시간 가까이 막걸리를 실온 보관했다는 얘기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이미 막걸리가 상하지는 않았을까?

 



개가 짖지 않았다는 증언, 현장검증 두고 엇갈리는 의견


변호인은 백희정씨 자백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계속 꼬집었다. 사건 발생 당일, 새벽에 막내딸 백희정 씨가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당에 갖다 놓을 동안 어머니가 인기척 소리에 단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백희정 씨 자백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건 당일인 2009년 7월 6일 백희정 씨는 오전 2시 30분경에 방에서 일어났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집 뒤편 풀숲으로 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통해 다시 집 안 부엌으로 들어왔다.


다시 현관문을 열고 마당 앞에 막걸리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을 주변 하천에 청산가리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새벽 백희정 씨는 현관문을 총 4회 열었다. 백희정 씨는 당시 엄마가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다. 과연 엄마가 자는 동안 한 번도 깨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1심 재판부에서 현장검증에 나섰다. 재판장은 집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열어봤다. 쇠문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문을 열었을 때 바람은 얼마나 거실로 들어오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백희정 씨 방에서 말을 하면 다른 방에서는 얼마나 들리는지도 확인했다. 창고 문도 열고 닫았다. 재판부도 어머니가 깨지 않았다는 증언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당시 현장검증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의견이 갈렸다. 이를테면 범행 당일 개 짖는 소리. 사건 당일 새벽 개가 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이웃집 사람 진술이 있었다.


검찰은 집에 개 두 마리를 키우는데 새벽에 누군가 집에 들어갔다면 개가 짖었을 것이고, 연쇄적으로 다른 집 개들도 짖었을 것이라고 했다. 개가 짖지 않은 것을 외부로부터 '침입'이 없었다는 근거로 보았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 주장대로라면 백희정씨가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하천까지 가서 남은 청산가리를 버렸을 때 동네 개들이 짖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개가 짖지 않은 것을 증거물(청산가리) 은폐를 위한 '출입'이 없었다는 근거로 보았다.

 



부녀가 지능범이라는 공소장, 동네 주민은 "정신상태 정상 아니다"

 


계속해서 변호인과 검찰은 백희정씨 지능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 백희정은 ...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흰색 장갑을 구입하여... 그 후 피고인들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모색하던 중... 청산염과 막걸리를 마련하여 준 다음 이를 이용하여...'라고 적었다. 이렇듯이 검찰은 부녀가 머리를 쓴 지능범이라고 주장한다.

존속살인에서 지능범죄 예는 2013년 8월 16일 발생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들 수 있다. 차남 정 씨는 재산을 노려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차남 정 씨의 거짓말 탐지기 반응이 거짓으로 나오고, 여러 정황 증거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정 씨는 경찰이 사체를 찾지 못한다면 절대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공범인 부녀는 사건 발생을 만천하에 알렸다. 7월 6일 희망 근로현장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간신히 살아난 한 할머니는 "남정네와 딸이 어머니를 죽일 거면 저녁에 둘이 술을 주고받고 하면서 죽이면 될 텐데 왜 밖으로 갖고 오게 해서 이 피해를 주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이러한 의문점을 풀어냈다. 이들 부녀는 범행방법을 1차와 2차에 나누어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1차 범행방법은 피해자 최OO이 냉장고에서 청산염이 든 막걸리를 꺼내 마시고 사망하는 것이고, 사망하지 아니하면 2009년 7월 6일 새벽에 마당에 마치 다른 사람이 막걸리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위장하여 피해자 최OO으로 하여금 공공근로사업장에 가져가도록 하여 이를 마시게 한다는 것으로 판단.'

하지만 두 부녀의 검찰진술은 좀 다르다. 최 씨가 공공근로 사업장에 막걸리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 후 부녀에게는 분명 서로 다른 계획이 있었다.

 

 


백경환 씨의 2차 계획은 숨진 최 씨와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것, 백희정 씨의 2차 계획은 공공근로 현장에서 최 씨가 마시도록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막내딸 계획은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희정 씨는 "그래도 엄마를 없애는데, 이 방법이 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희정 씨는 왜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사건 당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분은 동네 사람들 말을 빌려서 막내딸 백희정 씨의 정신상태가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법정에 제출된 부녀의 정신감정 결과는 막내딸 아이큐는 74, 아버지 아이큐는 86이었다.

즉, 뭔가 치밀하게 '계획'을 하기에는 부녀 모두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일축했다. 막내딸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백희정 씨가 머리를 써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경찰은 의심 가는 사람이 없느냐고 계속해서 가족들에게 물었다. 죽은 최 씨 여동생(백희정 씨의 이모)은 언니가 죽기 전 "막내딸 때문에 창피해서 못살겠다, 동네 누구 하고..."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때 마침 백희정 씨 언니가 이모에게 전화를 해 동네 아저씨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모에게 동네 아저씨에 대해 동생에게 한 번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백희정씨가 이모를 더 잘 따랐기 때문이다. 이모는 백희정 씨에게 이를 물어봤고, 백희정 씨는 동네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백희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성추행은 없었다고 번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동네 아저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지능범이라고 하기엔 너무 쉽게 증언을 뒤집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 백희정씨의 혐의는 '존속살인'에 '무고'죄가 하나 더 추가됐고, 백희정 씨 언니들은 '무고교사'로 기소가 됐다. 물론 이 무고교사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살인사건 담당 검사와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을 검토했던 한 변호사는 검사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백희정씨가 동네 아저씨를 왜 고소하게 됐는지, 그게 필요해요. 자기 범행을 무마하기 위해서 고소를 했다는 취지예요. 그런데 이 살인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 머리를 쓴 계획적 범행이거든요. 그렇다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백희정 자신은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언니들이 백희정 씨를 교사했다는 말이잖아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가장 핵심 쟁점으로 들어가 보자. 모든 살인사건에는 동기란 게 있다. 부녀가 살인을 저지른 동기, 부녀 성관계를 살펴볼 차례다.

(제4화 '살인 동기'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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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나흘간의 기억> 제1화, 자백뿐인 증거.

 

 

이 작업은 우연히 시작됐다. 몇 해 전 지금은 은퇴한 전직 검찰 수사관과 만났다. 수사관 시절 이야기를 하던 그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글로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당시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던 글도 제공했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이 사건에 대한 취재는 이렇게 시작했다. 전직 검찰 수사관이 작가에게 이 사건을 추천한 이유는 뭘까. 우선 이 사건을 되짚어보자.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황전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사건 발생 마을은 순천 시내에서 버스로 30, 4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이 사건에 등장하는 가족관계도를 살펴보자. 수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명으로 표기했다.

마당에서 발견한 막걸리병, 이걸 마시고 2명 사망


이 사건은 바로 부모와 막내딸,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던 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아버지는 60세, 어머니는 57세, 막내딸은 26세였다. 사건 현장인 집 구조를 살펴보자.

 

 

 

마당에는 창고 2개와 화장실, 화단이 있다. 그리고 화단 옆에서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제 사건 발생 당일 아침으로 가보자. 경찰 조사에서 남편 백경환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2009년 7월 6일 백경환 씨는 오전 5시경 일어났다. 세수하고 풀을 벨 때 쓸 낫을 갈았다. 당시 남편 백경환 씨는 산림 하청을 받아 풀 베는 작업을 했으며, 부인 최명자 씨는 순천시청에서 하는 희망 근로를 다녔다. 남편 백 씨는 집을 나서기 전에 대문 옆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주차한 봉고 트럭 뒤에 검은 비닐봉지가 보였다. 봉지 안에는 막걸리병이 보였다.

 

 


백 씨는 비닐봉지를 뜰방(토방)에 놓고 부엌에 있는 아내를 불렀다.

 

"막걸리병이 차 뒤에 있데. 누가 갖고 가라고 한 건가? 그곳에 있데."
"예."

남편은 바로 트럭을 몰고 일터로 향했다.

부인 최 씨도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한 아주머니가 현장에 먼저 나와 있었다. 그는 최 씨가 자전거에서 비닐봉지를 꺼내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 물었다.

"아침에 누가 갖다 놨네요."
"자네가 애쓴다고 누가 갖다 놨나 보네."

곧 풀베기가 시작됐다. 오전 일을 하는 중 최 씨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잔' 마실 것을 재촉했다고 한다. 오전 9시경 휴식이 시작되자 최 씨는 막걸리 한 병을 가져왔다. 두 병 가운데 '염색한 놈'이었다. 최 씨는 둘러앉은 세 명에게 막걸리를 먼저 따랐다. 막걸리 색이 갈색인 것에 대해 사람들은 '고급술', '칡술'이라며 추켜세웠다. 최명자 씨가 먼저 마셨다.

 



잠시 후 119가 출동했다. 네 명이 가까운 구례병원으로 실려 갔다. 최 씨를 포함해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순천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약 45일이 지난 시점에 범인을 찾아낸 것은 바로 검찰이었다. 사건을 맡은 순천경찰서가 한 달 넘게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력사건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당시 순천지청은 순천경찰서에 수사 중단과 모든 사건 관련 기록을 요구했다. 물론 경찰 처지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신속하게 남편 백경환과 그의 막내딸에게 자백을 받아낸 것은 사실이다.

수사 결과, 살인의 동기는 놀랍게도 부녀 간 성관계가 원인이었다. 검찰은 남편 백경환과 그의 막내딸 백희정 부녀가 약 15년 전부터 성관계를 해왔는데, 죽은 최 씨가 이를 알고 부녀를 나무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이 밝혀낸 부녀의 범행 과정을 살펴보자.

 



검찰은 사건 발생 나흘 전부터 부녀가 범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루씩 살펴보자.

나흘 전부터 범행 준비했다는 부녀의 자백, 내용은 이렇다

 

 

 


7월 2일, 일을 마치고 돌아온 백경환 씨는 오후 6시쯤 부인 최명자 씨를 태우고 순천으로 향했다.

약 40분을 달려 순천 시내 한 식당에 도착했다. 백 씨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평소 부인이 잘 먹는 국밥을 사줬다. 국밥을 먹고 막걸리 3병을 구매했다.

마을 앞 슈퍼에서 막걸리를 사면 범행이 쉽게 발각될 수 있어 순천에서 산 것이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구매한 막걸리 3병 가운데 2병만 부엌 냉장고 안에 보관했다. 나머지 한 병은 거실에서 나눠 마셨다.


이튿날인 3일 금요일, 남편 백경환 씨는 부엌 냉장고에서 막걸리 두 병을 꺼냈다. 마당을 지나 막걸리를 창고로 가져간 백 씨는 창고 왼편 선반 구석에 보관한 청산가리 봉지를 꺼냈다.

청산가리는 약 17년 전에 구매한 것이다. 벌레를 잡을 때 한 번 사용하고 나서 남은 것을 선반 구석에 그간 보관해뒀다. 그리고 아버지는 막내딸 희정에게 창고에 가보라고 했다. 희정 씨는 창고 안에서 청산가리와 막걸리 두 병을 확인했다. 지문이 남을까 싶어 만지지는 않았다.


4일 토요일 오후 8시, 희정 씨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숨겨둔 면장갑과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를 옥상 한쪽에 두고 창고에서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챙겨 왔다.

면장갑을 양손에 낀 희정 씨는 청산가리 두 숟가락을 막걸리병 안에 넣고 흔들어 섞었다. 그 막걸리는 부엌 냉장고 채소 보관실에 숨겼다. 그날 희정 씨는 부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 5일 일요일 오후 8시 30분, 희정 씨는 마을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돌아온 것이다.


6일 오전 2시 30분쯤 잠에서 깬 희정씨는 냉장고에 보관했던 막걸리 두 병을 꺼내 지문을 없애고 마당 화단 앞에 내려놓았다. 그 시각이 오전 3시쯤이었다. 희정씨는 집 밖으로 나가 하천에 청산가리 봉지를 버렸다. 그리고 면장갑은 마당에 있던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

이상이 부녀가 검찰에서 자백한 내용이었다. 검찰은 부녀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미 유죄 입증을 자신했다. 피고인들의 쌍방 자백은 'X자' 형태로 서로 보강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막내딸 진술 증거는 아버지 자백이며, 아버지 진술 증거는 딸의 자백인 셈이다.

재판은 판결을 위해 피의자 자백 내용이 얼마나 타당한지 먼저 검토한다. 1심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검찰에 한 자백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무죄였다. 하지만 1년 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는다. 피의자 자백이 타당하다며 각각 무기징역과 20년 형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도 피의자가 검찰에서 한 자백이 타당하다고 보고 유죄를 확정한다.

 



자백 외에 증거 없어... 가족도 재수사 원해

이처럼 '순천 막걸리 사건'은 이미 수사 단계에서 자백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끝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했지만,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 주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자백 말고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틈새 때문에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을 놓고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녀와 가족은 재수사를 원하고 있다. 가족과 친척 반응도 비슷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전직 수사관 또한 이들 부녀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도 자백 말고 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수사 정당성에 논란이 될 불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궁금했다. 피의자 자백을 받은 검찰이 어떻게 증거를 하나도 찾지 못했을까. 오히려 피의자는 범행을 일체 부정하고 검찰이 증거로 압박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이 사건은 증거 없이 자백만 나왔고 법원은 그 자백을 증거로 채택했다.

필자는 아버지 백경환을 면회했고 그를 통해서 글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재판서류들을 모두 넘겨받았다.

필자는 사건 기록과 현장을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혼자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와 전직 형사과장도 사건 기록 검토에 동참했다. 이 연재를 통해서 현장에서 찾은 증거를 펼쳐 놓겠다. 왜 수사단계에서는 그런 증거들을 지나쳤을까. 혹시 수사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은 현재 독자를 비롯한 검찰과 경찰 모두에게, 현 수사체제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이해를 돕고자 사건 쟁점을 하나씩 점검하겠다. 먼저 범행에 쓰인 막걸리와 청산가리 구입처부터 가보자.

 


(다음 제2화 범행도구들  ☆ 2015년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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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상서로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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