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제9화 검찰의 활약
검찰은 경찰 수사에서 짚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냈다. 우선 검찰은 백경환 씨가 당시 막걸리를 발견한 장소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09년 8월 1일 방송을 예리하게 보았다. 방송 내용은 검찰이 백 씨에게서 자백을 받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백경환 씨가 막걸리 발견 장소라고 주장했던 곳은 차량 뒤쪽으로 대문에서 1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는 집 건물에서 가까운 화단 끝 부분을 클로즈업했고, 재연 부분에서는 또 다른 위치인 대문 밖을 재연 장면에 넣었다.
검찰이 백희정 씨에게 막걸리를 가져다 놓은 위치를 그리게 하니 방송과 같게 화단 끝 부분을 표시했다. 검찰은 백 씨에게 이 부분을 집요하게 따졌고 자백을 받아냈다.
검찰 : 방송에서 그 지점을 클로즈업한 것은 피의자(백경환)가 기자에게 그 지점이 막걸리병 발견지점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백경환 씨 : 예, 맞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막걸리병을 발견했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자백을 통해 사건 당일 놓인 실제 막걸리 위치를 알게 됐다. 검찰은 범행 당시 차량 주차 위치도 의심했다. 이 역시 경찰이 짚지 못한 부분이다.
주차 장소와 막걸리 발견, 어디가 맞나
검찰이 의심한 이유는 백 씨가 집 앞 넓은 마당을 두고 하필 화장실 앞 좁은 공간에 주차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백경환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이유를 마당에 땔감 나무를 쌓아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검찰의 추궁에 백경환 씨는 7월 6일, 차량을 평소처럼 넓은 마당에 주차했다고 다시 자백했다.
이로써 검찰은 범행 당시 실제 주차 위치와 막걸리 발견 위치를 알아냈다. 하지만 그 자백을 백 씨 가족과 친척들이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우선 마당에 있던 땔감 나무 부분이다. 1심 재판부 현장검증에서 친척이 나서서 당시 마당에 땔감 나무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둘째 딸은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집에 도착해서 보니, 아빠와 엄마, 막내아들 셋이서 봉고 트럭에서 땔감 나무를 내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남편이 얼른 가서 함께 도와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에서도 마당의 땔감 나무가 보였다고 한다. 방송에서 이 땔감 나무 때문에 차가 넓은 마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경환씨는 사건 당일에도 넓은 마당에 주차했다고 자백을 해버렸다.
사실, 이 사건은 수사기관이 사건에 쓰인 막걸리 구입처와 청산가리 유통경로를 파악하면 끝나는 게임이었다. 당시 상황은 증거 없이 오직 부녀의 '구체적 자백'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보면 부녀의 자백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청산염의 유입 경위가 분명하지 않다 하더라도 이 부분까지 검찰에서 반드시 입증해야 할 부분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검찰 항소이유서 51쪽. 2010.4.5.
그뿐만이 아니다. 9월 14일 검찰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막걸리가 냉장고 야채실 박스에서 이틀 정도 누워 있었습니다. 막걸리 통이라는 게 구멍이 나서 엎질러지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검찰은 "그게 흐르도록 해놨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해결한 또 하나의 의문, '작은 막걸리병'
그렇다면 범죄 입증은 누가 해야 하는가?
자백은 있는데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증거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이 사건 관련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줄 증거는 과연 없는 것일까? 증거는 현장에 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사건 현장으로 가보자.
이제부터 검찰 수사를 하나씩 점검해보자. 우선 범행 도구 중 첫 번째 막걸리다. 검찰은 백경환 씨가 7월 2일 순천 아랫장에 있는 장원 식당에서 구마 막걸리 작은 병(750㎖)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원식당 주인은 자기 식당에서 구마 막걸리 작은 병(750㎖)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막걸리 배달원도 법정에 나와 장원 식당은 구마 막걸리 큰 병(900㎖)만 공급한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검찰은 7월 2일 당시 사람이 붐비는 아랫 장날이라 작은 병이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을 제기했다. 실제로 그런 예도 있었다. 장원식당 근처 대송 순대국밥집이 당시 그랬다. 이 식당도 당시에는 900㎖ 구마 막걸리만 팔았다. 막걸리가 떨어지면 제조공장으로 주문 전화를 한다. 그런데 7월 2일 전화를 하니 공장에서는 당시 900㎖가 떨어져 750㎖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송 순대국밥집주인은 작은 병이라도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법정에 대송 순대국밥집 주인을 검찰 측 증인으로 불러냈다. 대송 순대국밥집주인은 법정에서 "큰 막걸리(900㎖)를 취급하지만 아랫장 날인 7월 2일에는 작은 병(750㎖)도 팔았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증언을 장원 식당 주인의 주장을 뒤집는 근거로 활용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현장으로 나가자 필자 앞에 당혹스러운 일들이 펼쳐졌다. 다음 편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제10화 - '<그것이 알고 싶다> PD 입장'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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