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케어해줘. 연재 순서.

⦁제1화. 보험성뇌물의결말 (폭로자 김학성 시선)

⦁제2화. 제말이그말입니다 (김학성 동업자 한수찬 시선)

⦁제3화. 앞뒤좌우완벽하게 (김학성 구치소 동료 오강수 시선)

⦁제4화. 부친사망일의진실 (김학성 전 사업 파트너. 이문재 시선)

⦁제5화. 난초등학생이었다. (박수종 변호사 시선)

⦁제6화. 대검케어가최고야. (작가 시선)

 

 

 

 

 

 

 

 

 

<김형준 '스폰서 검사' 사건 재판 추적기> 제4화. 부친 사망일의 진실 – 이문재 시선.

 

 

내 이름은 이문재다. 김학성과 나는 2000년쯤부터 돈거래를 했다. 김학성이 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김형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말만 하면 김형준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단속해주기 때문에 용산에서 내게 잘못 보이면 큰 일 난다. 내가 여기를 꽉 잡고 있다.”

 

 


 

김학성은 2012년 5월 출소하고 나서 나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이때도 김형준 이야기를 꺼냈다.

 

“김형준 검사가 한국에 있었으면 내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형준 검사가 외국에서 돌아와서 억울한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 줘서 나왔다.”

 

2012년 7월쯤 한 술자리에서 김형준을 소개받았다. 김학성이 김형준에게 고마워서 대접하는 자리 정도로 짐작했다. 물론 김학성은 검사 친구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테다.

 

나는 출소한 김학성과 사업을 함께 운영했다. 2012년 7월 ‘KK인터네셔널컨퍼런스’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나는 대표이사로서 투자와 차용을, 김학성은 사업을 도맡았다.

 

출소 직후 김학성은 사업자 이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나에게 사업자등록과 투자를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형이 이것은 다 가지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사업을 하겠다.”

 

회사를 설립하자 김학성에게 법인카드를 내줬다. 김형준과 술자리를 함께 할 때도 김학성은 술값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불쾌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결국, 내 돈으로 술값을 계산하면서 온갖 생색은 김학성이 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김학성에게 술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학성은 나와 돈거래 중 일부가 김형준 뇌물로 흘러갔다고 했다.

 


 

나는 법정에서 김학성과 돈거래 부분을 증언해야 했다. 증언 당시 법정에서 장부를 공개했다. 빌려준 돈 사용처를 꼼꼼하게 적어둔 장부였다.

 

"김학성과 김학성 처 딸, 휴대폰 통신비, 쌀값, 병원비, 학원비,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생활비, 졸업비"

 

빌려준 내역이 계속 나열됐다.

 

"2013.4.15. 70만 원 김학성 부친 병원비, 2013.7.25. 54만 원 김학성 부친 간병비."

 

이어진 내 발언에 법정이 소란스러워졌다. 김학성은 분명 2012년 12월 14일 김형준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형준아. 아버님이 가셨다. 당신 유언대로 고향에서 조용히 장례 치르고 마지막 길 가신다. 나중에 보자. 통화하자’.

 

 

김학성은 생존해 있는 아버지를 왜 돌아가신 분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 김학성이 이 문자를 보냈던 시기 정황을 보자.

 


 

2012년 5월 막 출소한 김학성은 생활비도 없었다. 하루는 연체된 카드대금청구서와 휴대전화 문자를 내(이문재)게 보여줬다. 강제집행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학성은 전 처 이름으로 카드를 사용했는데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통사정을 했다. 당시 나도 힘들었던 시기여서 돈이 없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2012년 10월 15일 김학성에게 1000만 원을 송금했다. 통장에는 마이너스 1155만 원이 찍혔다.

 

검찰 조사에서 김학성은 이렇게 빌린 1000만 원 중 500만 원을 오강수 가석방 청탁을 위해 김형준에게 줬다고 했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1000만 원 용도는 당연히 연체된 카드 대금 결제였다.  물론 김학성은 재판에서 카드 연체 이유를 김형준 접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1000만 원을 빌린 김학성은 이틀 뒤 술집 통채를 빌려 생일파티를 열었다. 그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도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됐다. 법정에서 김형준 쪽 변호인이 물었다.

 

“그런데 이틀 뒤, 2010년 10월 17일 김학성은 <업타운걸>이라는 술집을 빌려서 생일파티를 하였고 200만 원 정도 비용이 소요됐어요. 이문재 씨가 김학성을 위해서 마련해준 것으로, 결재도 이문재 씨가 하였다고 했는데 김학성 진술이 사실인가요?”

 

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처럼 김학성은 출소 후에도 경제적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고급술집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당연히 술값 독촉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김학성은 내게서 빌린 1000만 원 중 500만 원을  김형준에게 줬다고 했다. 장소와 날짜도 특정했다.  비긴어게인이라는 고급 술집에서 2012년 11월 15일에서 12월 14일 사이라고 진술했다.

 

재판에서 김형준 변호인 측은 이를 탄핵하기 시작했다.

 

우선 김학성은 2012년 11월 1일 ‘비긴어게인’에서 외상으로 술을 마셨다. 12월 14일에는 김형준과 바로 이 술집에서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다. 비긴어게인 사장은 11월 13일부터 12월 12일까지 술값 결제를 독촉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기간 동안 김학성은 “언제 처리해주겠다”라는 답변을 하며 다른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당시는 오강수도 김학성에게 사람을 보내서 여비서 횡령 문제를 김형준에게 처리해 달라고 재촉하던 시기다.

 

2012년 12월 14일 오전 10시 김학성은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는다. 읽어보니 은행이 보낸 카드 연체 내용이었다. 그날 김학성은 김형준에게 부친 사망 사실을 전했다.

 

김형준 변호인들은 김학성 부친 기일이 언제인지 물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명예가 있기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립니다.”

 

급기야 재판장이 당시 “살아계셨는지 사망한 상태였는지 그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요구 했다. 김학성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상태”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장은 “살아계신 상태였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내(이문재) 기억에도 김학성 부친 사망일은 2013년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2014년 7월 김학성은 나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당시 김학성이 사업을 하면서 KK인터네셔널컨퍼런스가 거래처 문제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나는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었다.

 

김학성은 대표이사가 없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 2015년 2월까지만 피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해결되면 내가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놓겠다고 했다.

 

그 사이 김학성이 KK게임즈를 만들었는데 나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학성을 사기죄로 고소하지 못했다. 김학성이 부장검사를 친구로 뒀다는 이유도 그중 하나였다.

 


 

사업가에게 검사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김학성은 구속 기간 대검찰청에 소환돼 김형준이 성공한 모습을 봤다. 김학성은 2012년 5월 2일 만기 출소하고 열흘 뒤부터 2개월 동안 김형준을 10회 만났다.

 

김학성은 재판에서 부장검사 친구인 김형준에게 잘 보여 사업 재개 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시인했다. 김형준 주변에는 좋은 인맥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부장검사 친구인 김형준 얘기를 자주 한 것도 투자를 끌어내려는 의도였다고 인정했다. 부장검사와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는 출소 후 고교 동창생들 인맥 복원에도 도움이 됐다. 김형준은 동기들 중에 가장 우수한 친구였다. 그래서 동창생들은 형준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자리에서 김학성은 김형준과 친근하게 통화하며 옆에 있는 동기를 바꿔주기도 했다.

 

▲ 뉴스타파 방송 화면 캡처

 

2016년 9월 김학성이 오랫동안 김형준 스폰서 노릇을 하면서 수 억 원 여치 술도 사주고 돈도 줬다는 기사가 신문과 방송에 나왔다. 이 뉴스에 동창들 사이 전화통에 불이 났다. 한진우, 김형준. 김학성 모두 고교 동창이기 때문이다. 법정에도 동창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필자는 본의 아니게 김형준⦁김학성 동창들과 안면을 트게 됐다.

 


 

그중 대기업에 다니던 K가 증인으로 나왔다. K도 동창회에서 김학성을 알게 됐다. 김학성은 동창 K에게 사업 관련하여 K 인맥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K는 김학성이 평소에 술자리에서 계산하는 것을 많이 봤다. 김학성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선산과 주식이 있어 돈이 많다는 건 평소에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김학성이 김형준에게 뇌물로 술을 사줬는지 궁금했다. 동창 K는 김학성이 구속되자 면회를 갔다.

 

“네가 뇌물이라고 줬다는데 맞냐?”

“내가 5억 8000만 원 넘게 술을 사줬는데 형준이 생각해서 줄이고 줄여서 5800만 원이 된 것이다.”

 

김학성이 이렇게 큰 소리를 친 반면, 당시 김형준 검사는 공황 상태였으며 기억을 잘 못했다. 변호인들이 “사실이 뭐냐?”라고 물어보자 김형준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술 마신 것은 맞다. 그런데 둘이 간 적 없고 여러 명 있었다. 돈 받은 것은 없었다.”

 

김형준은 둘이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가보면 꼭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당황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체 진실이 무엇일까? 이제 김학성에게 다시 자세히 물어볼 차례다. 그런데 피고인 신문에서 김학성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재판장에게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재판장님, 제가 위증했습니다.”

 

김학성은 공소장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사실대로 털어놓겠다고 나섰다. 내용은 이랬다.

 

김학성이 체포 될 당시 알코올 중독자처럼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런 상태에서 긴급 체포돼 대검찰청에서 매일 새벽 2~3시까지 조사받았다. 검찰이 김형준 비위를 무마하고자 자기를 구속했다고 확신했다. 검찰과 김형준을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했기에 대검찰청 특감팀 수사 의도에 맞춰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수천 부장검사와 진경준 검사는 억 단위인데, 김형준과 저는 해봐야 몇 천만원이다. 금액을 올려야 한다. 다른 거 없느냐”

 

김학성은 검찰 압박을 고스란히 느꼈다고 했다. 피고인 신문에서 김학성이 자백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  술 먹은 사실은 맞다. 향응접대는 아니다.

●  지금까지 김형준에게 17년 동안 구체적인 청탁 한 적 없다.

●  김형준에게 보낸 돈은 계좌로 보낸 500만 원과 1000만 원 이외는 없다.

●  증거인멸 관련해서 휴대폰 초기화는 박수종 변호사 지시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하필이면 1심 재판을 마무리하는 날 이런 자백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학성은 이렇게 답했다.

 

“7월 9일 박수종 변호사가 와서 증언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형준이와 저는 박수종 변호사 농간에 놀아난 것입니다. 아마 형준이는 몰랐을 것입니다. 형준이도 박수종 변호사가 하자는 대로 했을 것입니다.”

 

▲ 뉴스타파 방송 화면 캡처. 오른쪽이 박수종 변호사

 

김학성은 박수종 변호사가 핸드폰 초기화를 지시했고 김형준과 자기 사이에 끼어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제 박수종 변호사를 만나봐야겠다. 박수종은 검찰 출신이다. 김학성은 김형준이 그를 ‘형사사건의 베스트’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수종은 법정에 나와 정반대 증언을 한다. 박수종 증언 내용을 요약해보면 ‘형사사건 베스트’는 오히려 김학성이었다.

 

(다음 5화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박수종 시선)

Posted by 상서로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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