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케어해줘. 연재 순서.

⦁제1화. 보험성뇌물의결말 (폭로자 김학성 시선)

⦁제2화. 제말이그말입니다 (김학성 동업자 한수찬 시선)

⦁제3화. 앞뒤좌우완벽하게 (김학성 구치소 동료 오강수 시선)

⦁제4화. 부친사망일의진실 (김학성 전 사업 파트너. 이문재 시선)

⦁제5화. 난초등학생이었다. (박수종 변호사 시선)

⦁제6화. 대검케어가최고야. (작가 시선)

 

 

 

 

 

 

 

 

 

<김형준 '스폰서 검사' 사건 재판 추적기>  제5화 난 초등학생이었다. - 박수종 변호사 시선

 

 

 

나는 박수종 변호사다. 김형준은 2006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할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나는 검찰에 몸담았다가 200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6년 3월 김형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사업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는데 법적분쟁에 휘말릴 것 같다. 네가 만나보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줬으면 좋겠다.”

 

김형준은 김학성을 30년 지기 제일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4월 2일 법무법인 처음 상담실에서 김학성을 처음 만났다. 김학성은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

 

2010년 자신이 구속됐을 때 내가 상대편 고소 대리인이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사임하면서 다른 변호사가 선임되고 김학성이 구속됐기 때문에 별 악감정은 없다고 생각했다.

 

김학성은 당시 구속이 억울했다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김학성이 설명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1) 김학성은 동창생 한수찬을 데려다가 사업을 했는데 한수찬이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회사가 파탄 났다.

 

2) 자금 부족으로 물품을 공급하지 못해 거래처에서 압류가 들어올 가능성이 컸다.

 

3) 압류를 당하지 않고자 김학성은 회사 돈을 빼돌린다.

 

4) 한수찬은 그렇게 사고를 치고 회사 장부를 빼내 피해자들에게 넘긴다.

 

5) 김학성이 김형준에게 순수하게 15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실수로 회사 장부에 ‘김형준 대여금’으로 메모했다.

 


 

김학성은 한수찬이 피해업체들과 결탁하여 이 메모를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과 엮어 사건을 크게 만들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김학성은 순수하게 우정으로 빌려준 돈이 마치 비리처럼 보도되거나 검찰 내부에 이 내용이 알려져 김형준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학성은 한수찬이 김형준을 공격하려 하지만 온몸을 다해서 막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김학성은 회사 돈이 나갈 때 결재서류에 서명했기 때문에 자기도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한수찬도 자기가 잘못한 만큼 책임져야 한다며 같이 처벌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상담 중에 김학성에게 곤란한 상황도 확인됐다. 먼저 서부지검이 접수한 김학성이 피의자인 고소가 3건이었다. 김학성은 각 사건이 경찰서로 갔다가 다시 검찰로 송치되고 기소되는 과정을 불안해했다.

 

상대는 서부지검 주임검사를 겨냥해 같은 대학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만큼 피해 업체는 절박했고 이들이 김학성에 대해 미리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은 컸다. 김학성은 서부지검에서 조사받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 발로 뛰는 김희란 변호사 블로그 사진 인용

나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김학성 주거지 관할은 고양지청이었다. 고양지청이 나서서 이 사건을 모두 이송받아 수사하면 이런 문제가 모두 풀릴 것으로 판단했다.

 

고양지청 부장검사가 나와 연수원 동기고 김형준과 친분도 있으니 사건 진행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김학성에게 합의한 피해업체가 있으면 고소를 부탁하라고 제안했다.

 

통상적으로 합의한 업체가 피의자를 고소하는 일은 없다. 김학성은 한 거래업체에 합의금 4000만 원을 건네고 고양지청에 자신을 고소하라고 부탁했다. 4월 22일 김학성에 대한 고소장이 고양지청에 들어간다. 이른바 ‘셀프 고소’이다. 셀프 고소는 김학성 사건을 일괄 기소해 빨리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4월 20일 김형준은 나에게 김학성에게 빌린 1500만 원을 반환해달라고 부탁했다. 돌이켜보면 계좌로 흔적을 남기기에는 찜찜하고 현금으로 돌려주자니 증인이 필요해 나에게 부탁한 듯하다.

 

나는 그냥 돈을 돌려주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날 김학성에게 전화했다.

 

“형준이가 돈을 돌려주라고 하니 만납시다.”

 

4월 25일 법무법인 처음 회의실 테이블 위에 현금 1500만 원을 올려놓고 분명히 얘기했다.

 

“형준이가 돌려주라는 돈이다.”

 

김학성은 오히려 나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싶다며 1500만 원을 선임료로 내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나를 도와달라. 억울하게 당하고 싶지 않다.”

 

김학성은 선임료가 적은 듯하다며 100만~200만 원 더 챙겨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구두합의가 됐다. 선임계약서는 5월 2일 작성했다.

 


 

셀프 고소는 결국 실패했다. 서부지검 주임검사가 사건 이송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학성은 6월 20일 서부지검 첫 조사를 받고 나서, 이튿날 고양지청 담당자에게 서부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전화를 받는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당시 김학성이 김형준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김학성 태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는 상담 과정에서 김학성에게 합의가 최선이라고 전제했다. 적은 금액이라도 합의를 먼저 해 피해자 규모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김학성도 이 조언을 받아들여 합의를 진행했다.

 

고소하기 위해 합의한 게 아니라 합의한 피해자 가운데 한두 명에게 고소를 부탁하라 했다.

 

셀프 고소가 실패하자 김학성 태도는 돌변한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놓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선 김형준이 반환한 돈으로 나에게 변호사 선임료를 준 부분부터 김학성 설명은 다르다.

 

김학성은 내가 김형준 변호인이지 김학성 변호인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김형준이 나에게 활동비로 1500만 원을 줬다가 이후 자기 문제가 사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학성 사건 진행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셀프 고소도 필요하니 선임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김형준을 도와주려고 한다면 왜 돈을 받겠는가. 그냥 도와주면 될 텐데 말이다. 나는 당시 김형준이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형준은 2014년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장을 지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뇌물 받기 좋은 자리다.

 

그리고 내가 아는 김형준 주변에는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득실 하다. 아쉬운 소리 안 하면서 사는 김형준이 김학성에게 1500만 원을 빌렸다기에 진짜 허물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당시 내 머릿속에 ‘사건’이란 것이 없었기에 사건 파악할 내용도 없었다.

 

나는 법정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도대체 왜 김학성 씨가 저를 선임 안 했는데 변호인을 하며, 선임계약서를 왜 작성하며, 선임료를 왜 법무법인 처음에다 입금을 하겠으며. 거기에 입금하면 그 돈은 제 돈이 아니에요. 법무법인 처음 돈이에요. 거기서 제 몫이 얼마 되지도 않아요.”

 

당시 나는 법무법인 처음을 나와서 다른 로펌으로 가려했다. 이미 6월 말 이전에 나가기로 확정했다. 어차피 법무법인 처음에 소속된 상황에서 선임계가 제출되고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에게는 손해였다. 

 


 

김학성이 대체 김형준에게 무엇을 원했을까? 김학성은 김형준에게 긴급체포를 면하게 해 달라 부탁했다고 한다. 김형준이 수사팀에 언질을 줘서 긴급체포를 막았으면 했다.

 

사실 나와 상담하면서도 김학성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문을 했다.

 

“구속은 감수하겠지만 긴급체포는 안 된다.”

 

김학성은 구속된 적이 있다. 당연히 변호사를 쓴 경험도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인 나와 검사인 김형준 사이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많은 거래업체에 피해를 주고 구속을 피할 수 있겠는가. 김학성은 기소 단계에서 어차피 구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았다. 셀프 고소로 수사 관할을 변경해도 사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셀프 고소는 사건을 일괄 기소해 빨리 처리하고 싶어 택한 방법이었다. 물론 일괄 기소되면 형을 덜 받기도 한다.

 

당시 김학성은 주변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긴급체포를 피하려 했다. 내가 보기에는 김학성에게 시간이 꽤 많았다.

 

4월 초부터 나와 상담하면서 사건 규모와 내용을 알게 되자 김학성은 구속될 각오가 됐다고 말했다. 구속에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는데 왜 사건이 임박해서 긴급체포만 안 된다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김학성이 긴급체포당할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에 계속 출석해 조사받는 사람을 긴급 체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검찰도 고소 사건에 소환 조사하다가 영장을 치더라도 사전 영장을 치므로 긴급체포라는 게 거의 없다. 그러니까 김형준이 긴급체포 문제로 수사팀에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김학성은 나에게 100% 확신하느냐고 되물었다. 물론 권한이 없는 내가 100%를 말할 수는 없었다.

 


 

셀프 고소가 실패하자 김학성은 나에게 변호사비를 토해내도록 했다. 변호사가 선임비를 돌려주는 일은 분명히 있다. 의뢰인 처지에서 변호사가 불구속을 약속했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김학성은 단 한 번도 불구속을 부탁한 적이 없다.

 

김학성 목적은 불구속이 아니었다. 즉, 김학성은 나에게 변호사 선임료를 돌려달라고 할 권한이 없다. 변호사 선임료가 법무법인 처음으로 입금됐기에 반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학성은 6월 17일 김형준에게 문자를 보낸다.

 

‘연락이 없어 실망이다. 어쩔 수 없이 문자 보낸다. 난 진짜 친구라 생각했는데 긴말하기 싫다. 박 변호사가 내게 해 준 말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니가 날 도와줄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나도 알아봤고. 나는 지금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내가 할 것은 내 가족이 그나마 살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해서 보내준 천오백만 원은 아래 계좌로 오늘 6시까지 송금하거라. 내 집사람 신한은행 000. 누구든 보내기만 하거라. 이것으로 너와 나는 정리하자. 너에게 피해가 없도록 처리할 테니 걱정 말고. 박 변호사는 네가 알아서 정리하거라... 더 실망하게 하지 말고’.

 

이어서 나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변호사님 저는 이제 삶에 대한 미련도 없습니다. 형준이에게 제가 보낸 돈 보내라 문자 보냅니다. 형준이랑 통화하세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오후 6시까지 돈이 들어오지 않자 김학성은 다시 김형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준아 너 연락도 없고 입금된 것도 없다. 내가 빌려준 돈도 못 받으니 병신이구나. 오케이. 알았다. 변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내가 알아서 할게 나쁜 새끼’.

 

그날 저녁 김형준이 내게 전화했다. 김형준은 김학성에게 받은 문자 내용을 설명하며 1500만 원을 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발로 뛰는 김희란 변호사 블로그 사진 인용

 

김학성은 6월 20일 서부지검 첫 조사를 받는 날 아침에 받아갔다.

 

김학성은 먼저 장부에 적시한 ‘김형준 대여금 1500만 원’을 변호사 비용이었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학성은 나를 잘랐다.

 

나는 최소한 돈을 돌려줬으니 여기서 해방됐다고 생각했다.

 

▲ 뉴스타파 방송 화면 캡처. 박수종 변호사

 


 

그런데 뜬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이후에도 김학성에게 계속 문자를 받게 된 것이다.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되받아간 사람이 해당 사건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며 불쾌했다.

 

그렇다고 김학성에게 내 감정을 담아 왜 연락하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문자를 받을 때마다 ‘고생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같은 형식적인 답만 했다. 당시에는 왜 나에게 문자를 보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7월 7일 받은 문자 내용은 황당하고 뜬금없었다.

 

‘변호사님 저는 형준이와 전에 문자 주고받은 휴대폰도 다 해지하고 다 없앴습니다’.

 

김학성은 예측불허였다.

 

8월 16일 서부지검은 김학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8월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소식을 듣고 김학성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것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긴급체포만은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학성은 출석하지 않았고 9월 5일 긴급 체포됐다.

 

▲ 뉴스타파 방송 화면 캡처

 

내가 김형준에게 다급한 연락을 받은 것은 9월 1일이었는데 그날은 김학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김형준은 <한겨레> 기자가 김학성 문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는 김학성 회사 고문변호사를 만나 기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고문 변호사는 김학성에게 연락했는데 이때 금액을 말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한다. 내 기억은 다르다. 나는 김형준에게 전해 들은 금액을 이야기했다. 김형준은 자기 명의로 내 계좌에서 일단 2000만 원을 김학성에게 보내도록 부탁했다.

 

그날 저녁 나는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중간에 메신저를 확인하니 김학성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형준이가 자기에게 진심으로 사과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사과가 없어서 본인이 이렇게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내용이었다. 김학성은 나에게 김형준이 사과하면 자기가 모두 해결하겠다고 했다. 나는 김형준에게 그 메시지를 전했지만 사과를 요구하는 김학성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형준도 당시 어떻게든 김학성을 달랠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김형준이 나에게 전한 사과 메시지를 다시 김학성에게 전했다.

 


 

9월 2일 언론은 ‘스폰서 검사’ 취재를 시작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도 김형준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이날 저녁 김학성에게 계속 메시지를 받았다.

 


●  낼 연락해서 모든 자료가 담겨 있는 제 핸드폰 자체를 넘겨드릴게요. 그리고 저는 진술서를 써서 한겨레 등에 보내겠습니다.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다만 중간에 넘길 때 저도 살아야 하니 돈 더 준비하세요.

 

제가 내일 연락하고 사람 보낼 테니 핸드폰 챙기세요.

 

● 저 믿으시고 내일 연락할 테니 일요일에 핸드폰 받으세요.


 

여기서 김학성이 “돈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설명해야겠다.

 

당시 김학성은 한겨레 기자가 자기 후배라고 했다.

 

마치 얼마든지 기사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도가 일부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김학성은 우리가 자신과 거래를 하려 했다며 기자에게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넘겼다.

 

9월 6일 김학성이 김형준의 스폰서였다고 폭로하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서 김학성은 한겨레에 한 달에 두세 번은 김형준에게 술을 샀다고 했다. 술자리가 끝나면 100만~200만 원씩 용돈을 줬다는 내용도 있었다.

 

일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김형준과 유착관계를 확인하고자 나도 훑고 지나갔다. 김학성은 그간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를 내가 사건 은폐와 증거 인멸에 가담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작 내가 증거 인멸에 가담한 문자나 통화 녹음이 있었다면 벌써 제출했을 것이다. 나는 증거인멸교사로 조사받은 적도 없다.

 


 

나중에 김학성을 수사한 서부지검 담당검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귀신에 홀린 듯했다. 내가 김학성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김학성은 서부지검 담당검사가 자기를 앉혀놓고 (한수찬에게 들은 것을 토대로) 한 시간 동안 김형준에 대해 추궁했다고 했다. 그런데 주임검사 얘기로는 김학성이 김형준과 나눈 문자를 슬쩍 드러내며 오히려 관계를 언급했다고 한다.

 

만약 김학성이 나를 계속 선임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가 변호를 계속 맡았다면 나와 김형준에게 서로 다르게 얘기한 부분이 들통 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나를 자른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까지 나는 ‘30년 지기’ 같은 말에 휩쓸려 김학성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 자신이 한심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후배 검사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나는 검사와 변호사를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지금 보면 김학성은 대학생 정도고요. 저와 김형준은 초등학생 정도 되는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화 - 대검 케어가 최고야-작가 시선)

 


☞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형준-김학성 간 전화통화 풀버전을 다시 들어보세요.

 

 

youtu.be/X9piphorVn4

 

 

Posted by 상서로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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