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기의 수사인생매뉴얼 (2부) 목차

1화 300

2화 이런 수사관은 처음이지? 놀랬다면 미안해.

3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4화 다키스트아워(Darkest hour)

 

 

제3화. 더 기버(The giver) : 기억전달자.

 

 

더 기버, 기억전달자 영화 포스터.2014년작

 

 

경찰에서 나름 실력 있다는 수사관들은 대부분 서로 만나기 마련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2011년 말 경찰청 내에 범죄정보과와 지능범죄수사대를 만들었다. 김헌기 지능범죄수사과장이 지능범죄수사대를 지휘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고위공무원 비리, 경제사범과 같은 대형사건을 인지해 수사한다.

 

당시 뽀로로(2화)를 포함한 전국에서 실력 있는 수사관들이 다 모여들었다. 이들은 지능범죄에서 가장 높은 단계 수사를 맡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뇌물 사건이다.

 

SBS 방송 캡처.2019.11.23

 

“공무원 뇌물사건 검거에 얼마나 큰 노력과 투지가 들어가는지 일반인은 잘 모르지요. 뇌물인데 돈 주고받은 증거가 어디 있어요? 공무원에게?”

 

 


 

김헌기가 수사2계장이던 시절은 공무원 뇌물 사건이나 기업 횡령, 주가 조작 같은 사건은 검찰 전유물이었다. 당시 자금추적 영장 신청서를 제대로 작성하거나 영장을 받아 집행할 수 있는 경찰은 드물었다. 자금 추적은 지능수사에서 기본이지만 생소한 금융용어와 자료 압수 개념이 어렵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수사관 중에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저는 은행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이런 내용을 압수하고자 하는데 영장에 어떤 내용을 기재해야 하느냐? 그리고 가끔 검찰 기록이 우연히 하달될 때가 있어요. 그런 게 내려오면 보면 메모하고, 그런 게 쌓인 거지요.”

 

수사관 경험과 지식을 보편화하려면 자금추적 실무 매뉴얼이 필요했다. 이를 만들려는 수사관도 있었다.

 

“제가 테스크포스팀 꾸려서 자금추적 실무 매뉴얼을 만들 테니 윗분들에게 인원 조금만 해달라고 해도 관심 있는 분이 없었어요. 그런 게 아쉬워요.”

 

이 수사관은 2012년 김헌기 지능수사과장을 만나고 자금추적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

 

 

물론 김헌기에게 이 일을 맡기며 예산을 주는 이는 없었다. 어떤 이는 고위간부가 치적을 내세우기 가장 좋은 방법이 매뉴얼 편찬이라고 했다. 김헌기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수사관이 모든 분야에 능통할 수 없다. 판사도 전문 분야에 감정인 제도를 둔다. 검찰은 회계 추적, 자금추적 시, 증권사나 세무사 직원과 함께 수사한다.

 

경찰은 회계사 세무서에 주고 조언을 받아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경우 자문비용이 부담이고 수사기밀유지 보장도 어려웠다. 경찰 회계·자금추적은 한계에 부딪혔다.

 

조현오 청장은 지능범죄수사대를 만들어 그 중 한 개 팀을 자금추적수사팀으로 운영했지만 실패했다.

 

“수사관 처지에서는 자금추적이 남 뒤치다꺼리나 하는 거잖아. 자기도 모양새 나는 수사를 하고 싶지. 생색이 안 나고 의욕도 없고 남에게 자료 제공하는 것은 빛이 안 나잖아.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현실에서 적용이 안 되면 실패거든.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지. 그래서 결론은 매뉴얼이라도 만들자.”

 

김헌기는 자금추적 매뉴얼 편찬 팀에게 당부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라. 시작이 반이다. 첫 작품을 만드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증보판을 내는데 훨씬 쉽다 ”

 

이 일에 관여한 수사관은 다음 증보판에는 주가조작, 외국계좌 이용한 자금세탁, 몰수보전 등을 넣고자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관심을 보이는 지휘관을 만나지 못했다.

 


 

2014년 강력범죄수사과장이던 김헌기는 전국 주요 사건을 살펴봤다. 검거 해결에 가장 주요한 방법은 CCTV 수사였다. 하지만 CCTV를 활용한 수사 역량은 지역마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이 역량을 일정 수준으로 보편화해야 했다.

 

YTN방송캡처

 

김헌기는 전국 CCTV 고수를 불러 모아 매뉴얼 작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을 비롯해 고난도 사건을 해결하며 역량을 축적했다. 나중에 강호순이 범인으로 밝혀진 2007년 1월 7일 경기서남부 부녀자 실종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매뉴얼에 대한 현장 평가는 어떨까? 일선경찰서 한 형사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매뉴얼 잘 만들었지. 그런데 직원들이 잘 안 보는 게 문제야.”

 

형사과장은 본청 노력을 충분히 알았다. 각 직원에게 매뉴얼도 전달했다. 문제는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사과장 결론은 이렇다.

 

“현장에서 매뉴얼을 활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형사과장이 매일 업무 중에 맞닥트린 현실은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 내부망으로 결재가 이뤄진다.

 

직원들 서류를 중간 팀장들이 한 번 결재하고 형사과장에게 올라간다. 서류를 보면 갑갑함이 밀려왔다. 범죄사실 작성만 봐도 수사관 내공이 보인다. 피의자는 3명인데 범죄사실에는 2명밖에 안 보이는 일도 있다. 그러면 해당 수사관을 불러 묻는다.

 

“한 명은 어디 갔니?”

 

결재 중간 단계에서 거름망 역할을 해야 할 팀장 역량이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퇴직과 가까워질수록 블록체인이나 최신 신용카드 판례, 최신 사이버 사건에 관한 관심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사 현장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뒤늦은 공부를 할 때 이런 매뉴얼이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수사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갖추려는 일선 과장들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3년 인천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수사과장 기억이다.

 

23명이 있어야 할 경제팀 인원이 17명뿐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경력이 1년 정도여서 현장에서 역량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부망으로 수사서류를 결재할 때마다 현실이 갑갑했다. 그래서 이 수사과장은 일주일에 한 번 팀원을 모아 두 시간 정도 강의했다. 따로 책이 없었고 부딪히는 범죄 유형별로 설명했다.

 

“민원인이 고소장을 들고 왔다 할 때 맨 먼저 어떤 것부터 체크해야 하나?”

 

 

그는 칠판에 ‘1) 죄명, 2) 피해 날짜, 3) 공소시효 계산’이라고 쓰고 설명했다.

 

“일단 제일 먼저 죄명부터 본다. 피해자는 사기를 당했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횡령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파악해라. 두 번째 피해 입은 날짜다. 그걸 모르고 고소장 쓰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 가령 모욕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 하지만 고소 시간은 6개월 이내다. 이게 지나서 오는 사람도 많다.”

 

수사과장은 이 형식적인 조건 세 가지를 모두 통과해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총론이고 전산으로 결제하면서 서류를 보고 작성자를 다시 불러서 강의했다. 직원이 이해하지 못해 한 시간 넘게 걸린 사건도 있다.

 

수사과장은 어느날 밤늦게 울고 있는 직원을 봤다. 가정에서도 늦게 들어온다고 이해를 못한다고 했다.

 

경제팀은 밀려오는 사건은 많고, 왜 사건을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상부에, 밖에서는 민원인에게 시달린다. 지능수사는 수사관이 성과를 내면 특진도 하고 보상도 따랐다. 이 같은 환경 차이는 경제팀 이탈로 나타났다.

 

경제팀 인원 조정과 배치 등 행정 업무는 경찰청 수사국이 맡는다. 하지만 2012년 김헌기가 경찰청 지능수사과장일 때는 다들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 김헌기는 이러다가 망한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경찰서 일선 수사과장은 할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나아질 기미가 없던 2015년 어느날 전화가 왔다. 김헌기 인천지방경찰청 2부장이었다. 김헌기는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2015년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왔다.

 

 

 

 

“거기 경찰서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내가 이것을 개선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2015년 김헌기가 인천2부장으로 오자 자신이 부임한 인천에서라도 조직 체질 개선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헌기는 인천지방경찰청장 결재를 받아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갔다. 당직을 없애고 평가제도를 바꿨다.

 

 

김헌기는 2015년 12월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된다. 경찰청 지능수사대와 범죄정보과 등을 지휘하면서 수사국이 맡은 중요 사건에 수사 업무를 챙기는 자리였다. 김헌기는 수사기획관이 되자 강신명 경찰청장 승인을 받아 전국 경제팀 활성화를 더 요란하게 밀고 나갔다.

 

무전취식 사건은 경제팀이 아닌 형사팀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경제팀은 원래 양반처럼 조사하고 형사들은 강절도 등 험한 수사를 많이 해서 무전취식범을 잘 다룬다는 시각도 있다. 한 형사과장은 힘든 사건은 모조리 형사에게 넘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찰 내부망에도 형사는 왜 챙겨주지 않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공공의적 영화 포스터

 

‘행정 달인’ 김헌기는 개혁에 앞서 반대 세력을 고려한 대안을 생각한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욕하지 못하도록 구상한 것은 뭘까? 형사들은 욕하기에 앞서 ‘김헌기 잘한 점’이라고 반문하더니 바로 답했다.

 

“나는 데이트 폭력!”

 

 

(계속해서 마지막 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 

 


김헌기의 수사인생매뉴얼 (1부) 목차.

제1화 만국의 운전자여 단결하라.

제2화 분노는 나의 것

제3화 미스터 계장들

제4화 윤재옥 의원이 키아누리브스였어!

제5화 송무빈을 위한 자리는 없다.

제6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제7화 김헌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Posted by 상서로운향기
,

 

 

구겨진 제복 12화. 조현오의 조직 장악 비결은 '감찰'

 

조현오는 울산남부서장으로 취임하면서 첫 지휘관 생활을 했다. 울산은 팽창하는 도시로 교통사고와 강력 사건이 잦았다. 사건·사고를 줄이고자 조현오가 주목한 곳은 검문소였다. 검문소에서 인적사항을 미리 노출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현오는 검문소를 직접 챙겼다. 자리를 비운 직원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청문감사관이 나섰다.

 

청문감사관은 일선 경찰서에서 감찰과 감사를 총괄하는 보직이다. 감사 대상은 행정적인 일상 업무다. 감찰 대상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행위가 된다. 즉 개인 행위와 관련한 비위는 감찰 영역이다. 단, 사무감사 중 발견된 계약관계 등으로 말미암은 배임이나 횡령 같은 비위는 감사에서 처리한다. 물론 지휘관이 상황에 따라 감사 쪽 업무라도 감찰 부서를 활용하는 일은 자주 있다.

 

조현오는 새벽에 파출소를 순시했다. 당시 관용 차량은 의경이 운전했다. 하지만 조현오는 관내 지리를 익힐 겸 의경을 옆에 태우고 직접 운전했다. 차량 이동 중 무전으로 112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으로 바로 차를 돌려 초동조치를 확인했다.

 

 

 

업무를 세심하게 챙기자 서울종암경찰서장 시절 직원들은 조현오를 ‘조순경’이라고 부르곤 했다. 조현오는 경찰서 과장들에게 주어진 감독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남부서장 시절 하루는 전국 일제검문검색이 진행됐는데 조현오는 과장에게 현장에서 직원 근무를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나이가 한참 어린 과장 한 명이 근무한 것처럼 거짓말했다. 조현오는 과장을 다그쳤다.

 

“지방청에 보고해서 징계받을래? 아니면 일주일 동안 교통외근과 근무복 입고 심야음주운전단속 할래?”

 

과장은 현장 단속을 택했다. 과장이 도로에서 현장 단속을 하자 다른 직원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조현오는 2006년 경찰청 감사관을 지낸다. 감사관 아래로 감찰과장과 감사과장을 뒀다. 당시 감사과에 순경 출신으로 강직하며 다부지게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있었다. 2008년 조현오가 치안감으로 승진하여 부산지방경찰청이 됐을 때 그 직원은 은퇴를 몇 년 앞둔 총경이었다. 조현오는 2009년 그에게 경기청 청문감사담당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부탁을 받는 순간 ‘일을 많이 시킬 텐데…’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방청에서 경무과 기획계는 치안 수요에 맞게 인력을 배정하는 일을 한다. 경찰관 전출은 경무과 인사계 업무다. 조현오는 당시 경기지역 경찰에게 업주와 통화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징계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감찰은 업주와 통화한 경찰에 대해 1~3단계 등급을 정해 전보 조치했다. 또 첩보를 바탕으로 평판이 좋지 않은 경찰은 다른 경찰서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진술서와 근거를 남겨 항의가 들어오면 사유를 밝혔다.

 

생활안전과 업무에도 감찰 기능이 섞였다. 조현오는 경기청에서 성과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성과주의는 과잉 단속 부작용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막는 일도 감찰에서 맡았다.

 

조현오가 경기청으로 오기 전, 2009년 1월 평택 쌍용자동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쌍용자동차 운명은 법원과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4월 사측이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전체 인력의 37%를 해고하는 것인데, 희망 퇴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976명을 정리 해고한다. 5월 22일부터 쌍용차 노조는 평택 공장을 점거해 파업을 시작했다.

 

6월 25~26일 정리해고에서 벗어난 직원과 임직원 3000여 명이 공장 안에 진입하여 노조와 충돌하며 부상자가 속출한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투입돼 양쪽이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사측을 비롯해 누구도 공장 안팎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수십 개 중대가 교대로 근무했다.

 

경비국 처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전에 기강을 잡는 것이다.

 

오랜 기간 경비 근무를 하면 음주, 졸음 같은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쌍용자동차 사태 때는 그런 사고가 없었는데 그만큼 조직이 장악됐다고 볼 수 있다. 밤마다 무전으로 근무 확인을 점검하는 것도 감찰이 맡은 일이었다. 여기에 국정감사보고서까지 조현오는 청무감사담당관에 넘겼다. 조현오가 끌어들인 총경은 모든 일 처리가 야무졌다.

 

이듬해 조현오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된다. 조현오는 총경에게 1년만 더 함께 일하자고 부탁한다. 당시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조현오가 서울에서도 ‘성과주의’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묵묵하게 뒷받침한 총경 덕이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밀어붙였을 듯한 조현오도 경찰청장이 될 때까지 참았던 것도 있다. 경찰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보통 사람 시각에서 기본적인 것들이 경찰 조직 안에서는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 관할 경찰서장은 휴일이 없었다. 서울종로경찰서장은 북한산을 앞에 두고도 등산 한 번 하기 쉽지 않았다.

 

 

업무에 소홀하다는 질책을 받을까 걱정했다.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휴가를 가지 못하는 직원도 많았다. 대부분 직원은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조현오는 감찰을 풀어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청장 시절에는 가능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장 지휘방침과는 달라 경찰청 감찰 등을 통해 간섭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청문감사담당관은 열심히 했지만, 인사권을 가진 경찰청에서 견제를 받아 본인 희망과 관계없이 2010년 경찰대학 교육과정으로 발령 난다. 경무관이 되는 필수 과정이었지만 은퇴를 고작 1년 남짓 앞둔 총경에게는 불필요했다.

 


 

2010년 8월 조현오는 경찰청장이 된다. 통상 청장이 바뀌면 중요 보직은 자기 뜻을 잘 파악하는 사람으로 채우기 마련이다. 정기인사 때 교체하는 보직 가운데 청장이 중요시하는 자리는 인사·감찰·경무·정보과장 등이다. 조현오는 감찰과장을 비롯해 주요 과장을 바꾸지 않았다. 업무역량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참모 중에는 청장이 지시하면 대답만 하고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름대로 이해관계를 따지기 때문이다. 조현오는 청장이 되기 전부터 지방청이 하달한 공문을 읽지도 않고 넘어가는 직원을 수없이 봤다. 청장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르게 하려면 자극이 필요했다. 조직에서 감찰은 효과 좋은 침 같은 역할을 한다.

 

 

감찰은 언론 보도에 대응하기도 한다. 2011년 4월 20일 광화문 사거리를 비롯해 서울시내 11개 교차로에 별다른 홍보 없이 3색 신호등이 작동했다. 5월 7일 3색 신호등이 설치된 서울시청 앞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은 신호 체계를 지적했다. 문제 파악을 위해 교통과에 감찰 직원이 투입됐다.

 

물론 잘 돌아가는 기능까지 감찰을 동원해 관리하지는 않았다. 조현오는 해당 기능 보고를 바탕으로 정보 기능도 동원해 사실을 교차 확인했다. 다만, 해당 기능 국장이나 과장이 청장 지시에 미온적이라면 여유롭게 기다려 주는 일은 없었다. 경비과에서 발생한 전의경 가혹 행위 관련 지시가 대표적이다. 이럴 경우는 가차 없이 감찰을 동원했다.

 


 

10월 21일 길병원 조폭 난투극 사건을 이튿날 SBS가 보도한다. 인천시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폭력조직끼리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사건이다. SBS는 당시 현장에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력반 형사 5명이 있었지만 유혈 난투극을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민은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으로 두 시간 넘게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조현오는 방송을 접하고 바로 감찰과장에게 전화했다. 본청 감찰팀이 바로 출동해 최초 112신고를 접수한 시점부터 사무실 CCTV를 면밀하게 살폈다. 감찰 조사가 모두 끝난 23일 인천남동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됐다. 남동서 형사과장, 강력3팀장, 상황실장, 지구대 순찰팀장 등도 중징계됐다. 조현오는 “조폭 겁내는 경찰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26일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3팀장이 조폭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며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퍼졌다. 조현오가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괜히 엄한 경찰만 잡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면서 남 탓하며 징계만 하는 청장이라는 사설까지 나왔다. 조현오는 결국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대한 징계를 거둔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다음 13화-조현오는 조폭과 어떻게 싸웠나)

 

서형작가 연락처 seohyung224@gmail.com

 

 


 

구겨진 제복 목차

⦁제1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만나다

⦁제2화. 장자연 사건 부실수사는 왜?

⦁제3화. 조현오의 관운, 경정에서 총경까지

⦁제4화. 조현오의 관운, 경무관부터 청장까지

⦁제5화. 조현오, 전의경 구타 근절 어떻게 했나

⦁제6화. 조현오의 인사청탁 간부 명단 공개

⦁제7화. 조현오 식 성과주의의 성과는?

⦁제8화. 조현오,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 어떻게?

⦁제9화. 조현오, 검경 수사권 조정 어떻게?

⦁제10화. 조현오와 황운하, 디도스 사건 수사

⦁제11화. 수사권 조정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막후 암투

⦁제12화. 조현오의 조직장악 비결은 '감찰'

⦁제13화. 조현오는 조폭과 어떻게 싸웠나

⦁제14화. 조현오가 오버했던 이유

⦁제15화. 조현오가 무능한 간부를 다루는 방식

⦁제16화. 대한민국 마당발 이철규와 조현오

⦁제17화. 조현오 경찰청장의 인사권 행사 방식

⦁제18화. 경호실과 국정원에 대한 조현오의 자세

⦁제19화. 조현오가 도입한 시위 진압 장비들

⦁제20화. 조현오가 쌍용자동차 진압작전 밀어붙인 까닭

 

 

Posted by 상서로운향기
,